[데일리人] 고동진 사장의 삼성 모바일 왕국, 폴드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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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9-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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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동방] 276g짜리 전화기 한 대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미간을 접었다 폈다.

삼성전자는 6일 출시한 갤럭시 폴드 5G 초기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전날 이동통신사를 통한 예약 판매도 시작 10여분만에 1차 물량이 모두 팔렸다.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2세대를 기다려야 한다는 정설이 무색하게 239만8000원짜리 스마트폰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냈다.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은 폴드 출시 당시 “여러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를 여는 갤럭시 폴드를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반 년 간의 우여곡절을 주마등처럼 스치게 하는 문장이다.

고 사장은 지난 4월부터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미국 출시 일주일을 앞두고 현지 매체들이 제품 화면 결함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쪽 화면 부속을 보호필름으로 오인해 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품 가운데 소시지를 얹고 핫도그 모양을 만들며 조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이 접히는 부분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로 인한 제품 손상 현상을 발견하고 출시를 연기했다.

이후 고 사장은 외신과의 회동에서 준비가 덜 된 폴드 출시를 강행했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도 출시 못한 화웨이 ‘메이트X’에 대한 압박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폴드 문제였던 안쪽 필름은 뗄 수 없게 바꾸고, 접히는 부분의 이물질 유입 가능성도 줄여 내놨다.

갤럭시가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례는 이번 뿐이 아니다. 고 사장이 2016년 소개한 갤럭시 노트7은 홍채 인식 보안・결재로 주목 받았다가 배터리 발화 사태로 수조원대 손실을 불렀다. 삼성전자는 노트7 출시 한달 뒤인 9월 사과문을 내고 신제품 교환을 진행했다. 지속적인 보상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꾸준히 문제를 해결했다.

4년마다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한 그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였다. 이후 노트8이 출시 37일만에 100만대가 팔리며 상황은 역전됐다. 하지만 지난해 갤럭시 S9은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올해 5G 시대를 연 S10 역시 100만대 넘게 팔렸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은 하지 못해 2분기 모바일 부문 성과가 저조했다.

그리고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다. 애플 아이폰이 12년간 누려온 ‘스마트폰의 원형’ 지위를 한 자리 늘릴 기회가 찾아왔다. 시장은 삼성에게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번 폴드 열풍은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흐르다 끝날 가능성도 있다. 접었을 때 두께 15.7mm에 무게 276g인 1세대 제품은 일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무리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갤럭시 노트10 두께는 7.9mm에 무게는 168g이다. 경쟁작 아이폰 Xs는 두께 7.7mm에 무게 177g이다. 기존 노트 시리즈와 폴드를 통합할 지 여부도 고민거리다.

삼성 모바일 왕국을 위한 행보도 이목을 끈다. 올해 삼성전자는 애플이 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내놓은 자사 기기간 연속성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따라잡기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OneDrive)를 삼성 갤러리 앱과 연동해 윈도우10 PC에서도 갤럭시 제품의 문자와 사진, 이메일 등을 실시간 확인・동기화한다. 맥(Mac) OS와 iOS, iPad OS, Watch OS보다 범용성이 큰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운영체제로 장기전을 펼 경우 애플만의 강점이던 기기간 연속성을 삼성 제품의 매력으로 끌어올 수 있다.

고 사장은 노트7 출시 당시 갤럭시가 두려움과 한계를 모르는 삼성전자 모바일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애플이 그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고 사장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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