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가 국제 표준에 어긋난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약 3년 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포함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한 기준을 삼성전자가 스스로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사가 이미 8K TV 시장을 리드하고 있고,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어떤 잣대인지 모르겠다"며 "연말이면 30개 이상의 업체가 삼성이 주도하는 '8K 협회'에 가입하는 만큼, 최근 협회가 발표한 8K TV 기준은 공신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 삼성·LG 8K TV 두고 날 선 신경전
이 가운데 LG전자는 7일(현지시간) IFA에서 '테크 브리핑'을 열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기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LG전자의 지적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발언에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 부사장은 "여러 업체에서 8K TV를 출시했다"며 "소비자들이 8K TV를 구매할 때 정확하게 무엇을 구매하는지, 국제 기준에 맞는 TV를 구매한 것인지 아닌지 알 권리가 있다"며 간담회 목적을 설명했다.
백선필 TV사업전략팀 팀장은 "ICDM은 인더스트리에서 표준을 정하는 단체 중 하나"라며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한국표준협회(KSA), 미국표준협회(ANSI)도 ICDM의 기준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ICDM의 표준규격에 따르면, 8K는 픽셀의 개수(화소수)와 화질 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특히 CM은 50% 이상은 돼야 사람의 눈으로 인접 픽셀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8K TV가 픽셀의 개수는 만족시켰을지 몰라도 CM이 12% 수준"이라며 "진정한 8K TV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삼성·LG·파나소닉 등 주요 제조사 50개사와 디스플레이 전문가 250명 등이 ICDM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며 "2016년 ICDM 표준 회의록에 삼성이 이 같은 기준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나와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 8K TV는 4K 수준"
LG전자는 또 국제 성능인증기관 '인터텍'이 평가한 결과를 인용하며, 삼성전자의 8K TV는 4K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CM은 가로 픽셀 하나하나에 세로줄을 만든 후 각 줄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번갈아 배치해 둘의 차이가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되는지를 측정한다"며 "그 차이가 명확할수록 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한 줄씩 픽셀을 측정해(흑-백-흑-백-흑-백-흑-백) 화질선명도가 50%를 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두 줄씩 흑백을 묶어서(흑흑-백백-흑흑-백백) 값을 측정한다"며 "흑백을 단계적으로 굵게 만들면서 어느 지점에서 CM이 50%를 넘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8K TV는 가로 픽셀수가 7680개인데, CM이 50%를 넘지 못하면 이를 두 줄씩 묶어 검은색 줄과 흰색 줄이 각각 1920개로 총 줄의 숫자는 3840개가 되며, 이는 가로선이 약 4000개인 4K의 정의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8K TV는 3980라인이 나와 4K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사가 주도하는 8K 협의체를 통해 8K 인증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해상도는 7680X4320, 프레임 레이트는 24p·30p·60p로 규정했다. 또 디스플레이 최대 밝기가 600니트 이상이 돼야 하고, 영상 전송 인터페이스는 HDMI 2.1, 영상 압축 방식인 코덱은 HEVC로 정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정한 이 같은 기준에 대해 "HDMI기준은 HDMI포럼에서, 휘도는 ICDM에서 이미 만들어 둔 기준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각각의 표준들을 조합해 '이것이 8K다'라고 하는 건 이전에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세트업체, 콘텐츠 업체 등 생태계 전반이 동의한 8K라는 또 다른 룰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기존 룰을 따라야 한다"며 "세트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 새 룰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1등을 따라 하려고 하고 헐뜯는 건 기본"이라면서 "잘못된 게 있다면 봐야겠지만, 기준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DM에서 나온 기준은 여러 기준 중 하나"라며 "삼성전자와 8K 협회는 합리적인 측정방식을 마련해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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