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마윈, ‘상인’ 신화 쓰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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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19-09-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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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강상인’, 상거래 진화 원동력...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주목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사진=알리바바그룹 홈페이지]

[데일리동방]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10일 공식 은퇴했다. 그의 행적을 되돌아보면 ‘상인의 후예’라는 한 마디로 표현된다. 중국 민족 구성 특성상 서로를 경계하는 환경에도 ‘믿을 수 있는 거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창업주가 경영권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절강상인’ 마윈 회장은 중국 경제와 산업의 한 역사를 장식했다. ‘흙수저’로 출발해 최고의 자리에서 떠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를 끝까지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꿈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발언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중국 관영 광밍(光明)일보는 10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이날 알리바바그룹은 마 회장 관련 특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 회장은 약 1년 전 은퇴를 예고하며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처럼 교육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알리바바를 떠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에 시장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 회장의 과거 업적이 그만한 가치를 부여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 회장은 ‘흙수저’로 유명하다.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대 외국어학과에 겨우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영어교사로 활동하던 시절 미국에서 인터넷 발전을 눈여겨봤고 이는 알리바바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문화를 고려하면 전자상거래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알리바바의 성공은 쉽지 않았다. ‘꽌시’ 즉,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로 알리바바 사이트는 오픈 이후 업체간 정보 교류만 있을 뿐 그 어떤 상업 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

마 회장은 이를 간파하고 알리바바가 구매자와 판매자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중계자 역할을 하기로 집중했다. 그 역할은 지난 2004년 출범한 전자결제시스템 ‘알리페이’가 맡았다. 쉽게 말해, 알리페이는 구매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예치하고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면 해당 예치금을 보내주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결제 안정성’이었다. 당시 중국시장은 한국시장이 신용카드 사용 보편화, 온라인 쇼핑 정착 단계였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에스크로(Escrow) 방식은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었고 알리바바의 성장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간단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지만 그 기저에 깔려있는 마 회장의 ‘절강상인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절강성은 마 회장의 고향이다. 절강상인들이 모인 절강상회는 온주상인연합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 최고의 상인연합회다. 중국인들조차 절강상인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정도다. ‘스스로를 강하게 하고 쉬지 않고 전진한다’는 수식어는 절강상인의 정신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이들에게 ‘상인’이라는 명칭이 따라다녔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알리바바 본사가 절강성 항저우에 위치한 가운데 전자상거래가 주 사업이란 점은 마 회장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알리바바 출범 초기 정작 마 회장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관계 문화’라는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인 정신으로 난관을 돌파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중 기폭제가 된 인물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었다.

마 회장은 항상 자신을 낮췄다. ‘흙수저’, ‘바보’라 지칭하고 불우한 과거를 서슴없이 얘기해 적(的)을 없앴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마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를 넘어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은퇴가 여러모로 화자가 되는 이유다.

마 회장이 알리바바를 떠나지만 향후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온 그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이 세상에 접근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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