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루프 오헤른, 英 이코노미스트지 부고 실린 마지막 유럽계 위안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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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19-09-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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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향년 96세로 별세…유럽인 최초 피해 증언

  • "일본 사과 받기 전엔 죽고 싶지 않아"

12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신호(9월7~13일) 부고란에서 다룬 인물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별세한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이다. 그는 유럽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부고란에서 최근 영면한 인물 중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인물의 삶을 다룬다. 

고(故)오헤른은 1923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태어났다. 수녀가 되고자 수녀원에서 생활하던 중 1994년 21살 때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납치돼 스마랑시에 설치한 위안소에 3개월간 감금당했다. 전쟁 후 영국군 장교와 결혼한 뒤 1960년 호주로 이주해 두 딸을 둔 주부로 살았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1401차 정기 수요집회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호주로 떠난 뒤 그는 스마랑에서 겪은 일을 남편에게만 한 차례 말하고 비밀에 부쳤다고 알려졌다. 스마랑과 관련된 물건은 함께 끌려갔던 네덜란드계 여성들의 이름이 쓰인 흰 손수건 하나만 남겨뒀다.

오헤른은 1991년 최초로 피해 증언에 나선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고 용기를 냈다. 1992년 호주 언론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유럽인으로써는 처음이다.

2000년엔 일본군성노예제전범여성국제법정에 섰고, 2007년 2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배경이 된 미국 하원 청문회에 고 김군자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출석해 피해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자서전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Fifty Years of Silence·50년간의 침묵)'는 6개 언어로 번역됐다.

오헤른은 생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손녀인 루비 챌린저 감독은 지난해 할머니의 인도네시아 일본군 수용소 경험을 다룬 영화 '데일리 브레드'(Daily Bread)를 발표했다. 챌린저 감독은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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