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 대비 감척 예산 늘린 정부…효과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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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9-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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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정 4년째 표류…일본 해역 어선 감척 예산 3배 확대

  • 대형 선망업계 "감척 계획 대비 예산 여전히 부족"

정부가 4년째 표류하고 있는 한일어업협정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감척 어선에 대한 예산을 3배 가까이 늘렸다. 일본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이겠다는 목표지만 최근 한일 경제 전쟁을 비롯해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까지 더해지면서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한일어업협정 표류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형선망업계 등은 감척 규모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일어업협정 협상을 촉구하며 해상시위에 나선 대형선망어선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0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해수부 소관 내년 예산은 5조4948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5조1796억원보다 3152억원(6.1%) 늘었다. 늘어난 예산 가운데 한일어업협정을 위한 감척 예산은 올해 333억원에서 94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박준영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은 "한일어업협정이 2015년 이후로 타결되지 못하며 일본수역에 의존하던 어선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의존도를 낮추면서 한일어업협상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일어업협정 타결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무리한 요구다. 현재 일본은 갈치잡이 연승 어선의 자국 내 입어 척수를 206척에서 73척, 3분의 1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수역에서 우리가 잡는 갈치 어획량이 한국 수역에서 일본이 가져가는 어획량(고등어 등 어종)보다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연승 어선은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물고기를 잡는 배를 말한다. 갈치 연승 업계는 주로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들어가 갈치를 잡고 있다.

일본은 급한 것이 없다. 일본은 조업 수역에 한계가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 동쪽 바다나 태평양 등의 대체 어장이 있어서다. 실제로 일본 EEZ 수역 조업 의존도는 한국이 일본의 10배에 달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기 전인 2015년 어기 중 일본 해역에서 조업한 한국 어선의 규모는 3만7735t인데 반해 일본은 3927t에 불과했다. 그만큼 대체 어장이 넓다는 의미다.

여기에 올해 경제보복 사태를 비롯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두고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 손을 들어준 것 역시 협상 재개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수부는 지난 2016년 6월 한일어업협정 협상 결렬 이후 지금까지 협상 재개를 위해 공식·비공식으로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관계 악화 이후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2016년 6월 이후 협상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근해연승어선들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수협에 따르면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형선망의 업종 연간 어획량은 2105년 21만6000t에서 2016년 21만t, 2017년 14만4000t으로 줄었다.

이에 정부는 협상 결렬 장기화에 따른 조치로 피해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어선 감척과 휴어제 지원, 대체 어장 확보 등 지원에 나서는 한편 결국 내년 감척 예산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형선망업계가 몰려 있는 부산의 경우 선사들의 피해가 9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배정된 예산만으로는 감척 구조조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이후 고등어에서만 5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선망 전체 손실은 655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선사들이 도산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원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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