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총장 취임 소식을 들은 모 대학 총장은 “대학이라는 조직이 워낙 복합적인 조직이어서, 군인 출신이나 검사 출신 등 단추만 누르면 통하는 상명하복 조직 출신 총장들은 적응하기 힘든 곳”이라고 조언했고, 윤 총장은 이 말에 무릎을 '탁' 쳤단다.
당시 남서울대는 직전 총장이 16년째 학교 운영을 총괄하고 있었고, 교육부 특별감사까지 겹쳐 있던 때라 학교 측에서는 외부 인사를 물색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뒤숭숭한 상황이었죠. 야구로 말하면 구원투수라고 할까요? 원래 구원투수는 이기는 국면에서 승리를 지키기 위한 건데 버리는 게임에도 나와요. 때우는 투수 역할 하지 않으려는 각오로 남서울대에 왔습니다.”
총장에 취임하고 그가 가장 주력한 건 구성원 간 소통과 갈등 봉합이었다. 학과별 교수와 교수협의회는 물론, 학생 대표, 노동조합 대표들과 매일 오찬 릴레이를 하며 속이야기를 들었다. 6개월이 넘는 시간이었다.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인 ‘총장 신문고’도 시행했다. 조사 결과는 총장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교수, 학생들의 진정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몇 가지 유의미한 사안이 포착됐다. 그중에서 윤 총장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젊은 교수들의 불안감이었다. 그는 “40대 초중반 교수들이 과연 우리 학교에서 정년을 맞을 수 있겠냐는 위기의식을 토로했다”며 “교수와 직원 사이의 갈등 원인을 포함해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윤 총장은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그는 “남서울대는 리더십 교체기의 위기, 대학기본역량평가로 인한 위기, 구성원 간의 갈등 등 3중고에 처해 있지만, ‘소통과 혁신’으로 학교를 변화시키겠다”며 전 구성원 앞에서 남서울대 제2의 도약을 다짐했다.
취임 1년을 막 넘긴 지금 남서울대는 안팎으로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입학홍보처장을 제외한 기존 보직교수들을 전부 교체했다. 내부 파벌과 무관하게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는 용인술로 학내 갈등을 해소했다.
지난해 대학평가에서 정원 감축은 해야 하지만 재정지원 제한은 적용받지 않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후 3주기 평가를 착실히 대비하고 있다. 남서울대의 체질 개선을 위한 ‘미래혁신위원회’도 출범해 지역사회와 연계 사업을 강화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 밀착형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캠퍼스 분위기도 달라졌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총장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윤 총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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