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26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달 하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비핵화 촉진자 역할을 가동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 관계의 균열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총회 참석 기간인 오는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또한 9번째 한·미 정상회담도 열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마주앉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 유엔총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이 유력했지만,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이 문 대통령의 방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북·미 대화가 중요한 국면을 맞은 만큼 (미국과) 실무협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9월 하순 시작되는 이번 비핵화 협상은 여러모로 과거와 달라졌다. 우선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협상 결렬을 이끌었던 강경파들이 물러났다. 슈퍼 매파로 불리던 존 볼턴 전 보좌관의 퇴진이 대표적이다.
비핵화 협상 주체도 미국 국무부 대 북한 외무성으로 정상 중심의 '톱다운' 외교가 아닌 철저하게 실무 의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대미 협상 주체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닌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무성 중심의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명길 전 주베트남 대사 등으로 교체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맞교환 공식이다. 북한은 제2차 북·미 회담이 실패로 끝난 이후 비핵화 상응조치를 '대북제재'에서 '체제보장'으로 사실상 변경했다. 이는 최 제1부상의 '새로운 계산법' 발언과 최근 빈번한 북한의 무력도발로 드러난다. 실제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검토나 종전선언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된다면 연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실무협상이 수십년간 '대화-파기'를 반복하던 북·미 대화의 악순환을 끊을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가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북·미의 거리를 어디까지 좁히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중재역의 성패가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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