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근월물 선물 가격은 오후 6시 50분(한국시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9.13%(5.50달러) 오른 배럴당 65.72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오후 7시(한국시간) 현재 전거래일 대비 8.61% 뛴 59.57달러를 가리켰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아시아시장 개장과 함께 배럴당 12달러나 치솟으며 1988년 거래 시작 이래 장중 최대 상승폭을 갈아치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울 카보닉 크레딧스위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에서 이런 규모의 공급차질이나 유가 폭등은 전례없는 일"이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원유시장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한 경제활동 둔화를 우려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시장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도록 재가했다"고 밝혔다. 방출 규모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원유시장의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양에서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기관들에 텍사스를 비롯한 다른 여러 주에서 송유관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전략비축유란 1970년대 중동의 석유 금수조치에 유가 급등을 경험한 미국이 심각한 공급 차질에 대비해 비축해 놓은 석유를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 규모는 약 6억6000만 배럴로 추산된다. 미국이 약 한 달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하루 최대 440만 배럴까지 방출할 수 있으며, 대통령 승인 후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약 13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던 건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2011년 리비아 내전 등 총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시장 안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일 성명을 통해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충분한 상업용 재고와 함께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거들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피해가 복구되더라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불안 요인이 상존하면서 유가가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셰일유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수출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차질분에 대응할 능력도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유가 불안은 여타 금융시장까지 충격파를 던졌다. 금, 일본 엔화, 미국 국채 등의 안전자산이 지정학적 우려 속에 일제히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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