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만기 1년짜리 자금 2000억 위안을 공급했다. 이날 MLF 발행금리는 3.3%로 2018년 4월 이후 17개월째 동결 상태다.
앞서 시장에선 중국이 이날 MLF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7차례 인하하는 등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갔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시장에선 금리인하 같은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은 MLF 금리를 인하해 시중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도록 지난달 대출금리 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매달 20일 발표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로 대체하고 있다. LPR은 시중은행들이 우수 고객에게 적용하는 우대 금리로, MLF 금리에 연동해 매긴다. MLF 금리를 인하하면 은행들의 LPR도 낮아져 시중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신문은 또 인민은행이 지난 16일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9000억 위안을 공급하면서 시중 유동성도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위안화 절하, 부채 압박 등도 중국이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로 꼽힌다.
시장은 MLF 금리가 동결됐지만 20일 발표될 1년물 LPR 금리는 전달보다 0.1% 포인트 낮아진 4.1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하 폭은 전달과 마찬가지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내 인민은행이 MLF 금리 인하를 단행해 시중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장은 다음 MLF 물량 만기가 도래하는 11월 5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4035억 위안 물량에 맞춰 MLF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설이 힘을 받으면 중국이 MLF 금리를 0.2% 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의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 속에서 중국도 '금리인하' 조건을 이미 갖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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