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38승, 메이저 31승, 총상금 9348만3564 달러(약 1113억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전설들과 현역 선수 8명이 합작한 위대한 기록들이다. 이들이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든비치에 모여 진귀한 샷 대결을 벌였다. 좀처럼 보기 드문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 우승의 주인공은 LPGA 투어 통산 72승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호흡을 맞춘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이었다.
소렌스탐-박성현 조는 21일 열린 이벤트 대회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두 명이 공 하나로 번갈아 치는 방식)에서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박세리 도쿄올림픽 골프 감독, 줄리 잉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소렌스탐 등 세계 여자골프 전설들과 박성현, 렉시 톰슨(미국), 아리야 쭈타누깐(태국), 이민지(호주) 등 현역 톱랭커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뤄 샷 대결을 펼쳤다.
팀 구성은 대회 개막에 앞서 진행된 팬 투표에 따라 박세리-톰슨, 소렌스탐-박성현, 잉스터-이민지, 오초아-쭈타누깐으로 정해졌다.
승패가 중요한 대회가 아니었지만,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선 전설들은 샷을 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실수가 나왔을 때 민망한 웃음을 터뜨리고, 동료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만 달랐다. 세월이 흘러도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 전설들의 샷에 정규투어를 방불케 한 수많은 갤러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승부는 극적이었다. 일찌감치 박세리-톰슨, 잉스터-이민지 조가 우승권에서 멀어진 가운데 소렌스탐-박성현 조와 오초아-쭈타누깐 조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박성현-소렌스탐 조는 마지막 2개 홀을 남기고 1타 차로 뒤진 2위였다. 하지만 오초아-쭈타누깐 조가 17번 홀(파4)에서 1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선두를 허용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승부가 갈렸다.
마지막 홀에서 쭈타누깐이 세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고, 오초아가 벙커 샷 실수로 그린을 넘기면서 위기에 몰렸다. 반면 박성현이 안전하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면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오초아-쭈타누깐이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고, 버디 퍼트를 놓친 소렌스탐 대신 박성현이 챔피언 파 퍼트를 성공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오초아-쭈타누깐 조는 3오버파 75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고, 잉스터-이민지 조가 4오버파 76타로 3위를 차지했다. 박세리-톰슨 조는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잃은 타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9오버파 81타에 그쳤다.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정말 뜻 깊은 하루였고, 소렌스탐 선수와 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오늘 들은 조언들이 내 골프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26번째 생일을 맞은 박성현은 경기 도중 전설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박성현은 “소렌스탐 선수가 노래도 불러주셨는데 26년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던 것 같다. 꿈만 같았다”고 감격했다.
소렌스탐도 “정말 재밌게 플레이 했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며 웃은 뒤 “골프 코스도 정말 마음에 들고 팬들 성원도 감사드린다. 다른 선수들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였고, 필요할 때 박성현 선수가 잘해줘 고맙다. 이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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