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만 해도 넷플릭스는 승승장구였다. 주가가 연초 대비 46% 뛰며 380달러를 넘겼다. 2%만 더 오르면 지난해 6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개월여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는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65.9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 달 사이 올해 쌓은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연초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분위기가 바뀐 건 7월 2분기(4~6월) 실적이 발표되면서다. 미국 내 구독자가 12만 명 넘게 줄었다는 소식은 깜짝 악재였다. 전 세계 구독자 수는 전 분기에 비해 283만 명 증가했지만, 이 역시 기대치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쟁쟁한 기업들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디즈니, AT&T의 워너미디어, NBC가 모두 경쟁사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를 11월 1일부터 100여 개국에 선보인다. 이용료는 넷플릭스의 반값 수준인 월 4.99달러(약 6000원)다. 오는 11월 12일 서비스 개시를 앞둔 '디즈니+'는 6.99달러다.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베이직형이 월 8.99달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탠더드형이 월 12.99달러다. 올해 1월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은 주가를 밀어올리는 호재였지만,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 이제는 넷플릭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나 다름없다고 CNBC는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지난 4월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 소식을 알린 뒤 주가가 20% 가까이 뛰었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의 주가 수준에 반영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배넌 벤카테쉬워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23일 성장기업에 적용하는 새 밸류에이션 틀에 맞출 때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수백 만명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현재 가치가 "무척 비싸다"고 평가했다. 2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수는 전 세계 1억5156만 명이다.
마크 켈리 노무라인스티넷 애널리스트는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 관심이 분산되고, 콘텐츠가 비싸지고, 넷플릭스가 지난 수년 동안 가지고 있던 가격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까지 넷플릭스 투자를 조언하는 월가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제시한 월가 애널리스트 39명 중 28명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9명은 보유를, 2명을 매도를 각각 권고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평균 목표주가는 401.21달러다. 이날 종가보다 6%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파이퍼제프리는 저가 매수를 권고했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치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확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16일에는 넷플릭스가 미국 시트콤 '사인필드(Seinfeld)'의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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