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이 오전 한때 15% 이상 폭락했다. 시장에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나자,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패닉셀'이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지난 6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자본의 암호화폐 매수와 페이스북 암호화폐 발행계획 등 호재에 힘입어 1600만원까지 급등했지만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5일 오후 3시 현재 전일보다 12% 하락한 14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3시30분쯤부터 30분 만에 15% 급락하며 97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100여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지선이 약한 알트코인의 하락폭은 더 컸다.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등 상위 10개 암호화폐는 모두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캐시와 이오스, 비트코인에스브이는 20% 이상 급락했고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스텔라루멘도 15% 안팎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전일(306조원)보다 40조원 이상 사라졌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전일(210조원)보다 27조원 하락한 183조원이다.
이날 암호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가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IFRS 해석위원회는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이 아닌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는 현금과 같은 성격을 띠는 것도 아니고 은행의 예금이나 주식, 채권, 보험, 신탁 등 금융상품과도 다르다는 의미다.
이번 유권해석은 암호화폐 성격을 정의하는 첫 국제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정부가 국제기준에 맞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호재'로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의 오픈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백트는 세계표준시 기준 23일 0시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당초 암호화폐가 미국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 진입하는 길을 연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접근성이 좋은 현금 대신 비트코인 결제를 강제해 시장을 실망시킨 것으로 보인다. 첫날 거래량 역시 8억원 수준에 그쳤다.
일부 '고래'의 덤핑으로 시장 전체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펼치면서 하락 속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만에 비트코인 핵심 지지선이 붕괴되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비트코인이 훨씬 더 낮은 가격대로 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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