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세계 최대 공유 사무실(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한때 몸값이 470억 달러로 평가받던 위워크는 적자와 사업모델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몸값이 약 100억 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창업자인 뉴먼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퇴했다.
위워크의 상장이 연기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적자다. 위워크는 지난해 18억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16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함께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적자도 각각 15억3500만 달러, 6억8970만 달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우버가 적자인 채로 상장을 추진한 결과 주당 41달러였던 주가가 주당 30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것도 위워크에 악재로 작용했다. 우버의 선례를 보고 투자자들이 기대만큼 위워크에 관심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위워크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위워크는 연내 상장을 통해 30억 달러를 조달하고 60억 달러를 대출받을 계획이었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내년 봄이면 사업을 위한 현금이 마를 전망이다.
◆기업에 필요한 건 대규모가 아닌 적당한 사무실... 사무실 재임대 사업에 뛰어든 두 청년
위워크는 뉴먼과 미겔 매켈비(Miguel McKelvey)가 2010년 창업한 업체다. 뉴먼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에그 베이비'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됐다. 온라인 쇼핑몰이 백화점처럼 대규모 매장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많은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 했던 것이다. 회사 규모에 맞는 공간을 좀 더 저렴하게 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때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건축설계사 매켈비가 뉴먼에게 "큰 사무실을 빌려 이를 쪼갠 후 다시 임대하는 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들려줬다. 둘은 바로 건물주를 찾아가 한 층을 통째로 임차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건물주는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이 둘이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고 여겼다. 둘에게 "월 5000달러를 선불로 낸다면 한층을 빌려주겠다"고 무시하듯 말했다. 뉴먼은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후불로 임대료를 주는 대신 월 75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공실에 대한 고민이 컸던 건물주는 결국 이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빌린 공간을 15개로 나눠 다시 임대로 줬고, 사무실 1개당 월 1000달러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 데스크'다. 그린 데스크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사무실 규모를 줄이려던 업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내 뉴욕 퀸스와 브루클린 지역에 7개의 지점을 낼 수 있었다. 공유 사무실의 가능성을 느낀 둘은 그린 데스크를 매각하고 지금의 위워크를 세운 후 본격적으로 공유 사무실 사업에 나섰다.
◆단순 공유 사무실로는 경쟁력이 없어... 공유에 공동체를 더하다
사실 공유 사무실은 뉴먼과 매켈비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둘이 공유 사무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미국에는 수많은 공유 사무실 업체가 존재했다. 둘은 치열한 공유 사무실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뉴먼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회사의 이름에도 담겨 있는 '우리(We)'라는 공동체였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뉴먼은 이스라엘의 생활공동체 '키부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 생활로 바빴던 뉴먼의 모친은 육아와 일을 감당하기 힘들어 '니림 키부츠'에서 뉴먼과 여동생을 길렀다.
뉴먼은 수백명의 유대인과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며 공동 노동과 소유에 대해 배웠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워크에 회사 간 공유 공간과 협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위워크에 입주한 기업들은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한 남은 공간은 다른 회사와 같이 이용해야 한다. 여러 회사가 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부대끼면 자연스레 회사 간 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뉴먼의 아이디어다.
위워크 입주 기업들의 임원과 직원들은 위워크 내부 무료 카페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타인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위워크 내부 구역은 시멘트나 나무 벽 대신 유리 벽으로 나뉘어 있다. 입주사끼리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기 좋은 구조다.
단순 부동산 임대를 넘어 기업을 위한 거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것이 위워크를 통한 뉴먼의 궁극적인 목표다. 뉴먼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워크는 일, 주 단위로 사무실 임대를 하지 않는다. 최소 한 달 단위로 대여해주고 있다. 이는 위워크 회원사끼리 충분히 교류하고 협력을 진행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 아래 뉴먼은 기업을 위한 공유 사무실 위워크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동 주거 서비스 ‘위리브(WeLive)'도 추진 중이다. 집을 개조해 여러 명에게 재임대하는 등 사업 모델도 위워크와 동일하다. 기존 전세·월세와 달리 위리브는 입주자에게 집이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세탁실, 운동센터, 커뮤니티 공간 등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제공한다. 입주자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도 월 단위로 제공한다.
◆거침없는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 400배 증가
공동체라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위워크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2년 1억달러였던 위워크 기업가치는 2018년에 들어 47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6년 만에 기업가치를 400배 이상 증가시킨 것이다.
위워크의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벤치마크캐피털과 같은 투자자들의 데카콘 스타트업(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기대가 있다. 특히 손정의 회장은 위워크의 가치를 470억달러로 평가하고 비전펀드의 투자금 80억달러와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80억달러를 합쳐 총 16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비전펀드 1호에서 80억달러, 소프트뱅크에서 20억달러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뉴먼은 위워크 지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2010년 뉴욕 맨해튼의 한 건물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2019년 현재 전 세계 120여개 도시에 560여개 지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 사무실 업체로 거듭났다. 한국에서도 서울 강남, 역삼, 삼성, 광화문, 종로, 을지로, 서울역, 여의도, 부산 서면 등 전국 주요 오피스 지역에서 20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높은 공실률로 고민하던 건물주들도 위워크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광화문, 을지로 등 서울 주요 오피스 지역의 공실률은 20%대에 달한다(2019년 1분기 기준). 오피스 지역 중 공실률이 가장 낮은 강남조차 15%대다. 비어있는 사무실을 임차해줄 고객을 찾는 것이 건물주와 관리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워크는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건물주들에게 10년 초장기 임차, 평균 3년 치 임대료 선납 등의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물론 건물 내부 인테리어를 모두 위워크에 맞게 고치고, 건물 외부에 위워크 간판을 내거는 등 파격적인 계약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위워크가 내민 조건을 거부하는 건물주는 거의 없었다. 위워크가 전 세계 주요 오피스 지역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사업모델의 문제점과 부도덕한 CEO로 위기에 처한 위워크
하지만 상장을 위해 위워크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축제는 파국을 맞이했다. 위워크의 빠른 팽창 속에는 막대한 적자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막대한 적자가 드러남에 따라 먼저 부동산 재임대라는 위워크의 핵심 사업 모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재임대 사업은 결국 다른 부동산 관련 사업처럼 관리가 핵심이다. 임대료와 재임대료 간 균형을 맞추고, 공실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뉴먼과 위워크는 이러한 부동산 사업의 기본을 소홀히 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면 확장에만 힘썼다. 투자자와 언론을 위한 '보기 좋은 떡'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크노텔, 인더스트리어스 등 위워크의 경쟁사들은 공유 사무실이란 결국 부동산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점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재임대료를 자사가 갖지만, 공실에 대한 리스크도 모두 자사가 감당하는 위워크와 달리 두 업체는 건물주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재임대료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유한다. 대신 공실로 인한 손해도 일정 부분 분담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취한 위워크와 달리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전략을 취한 셈이다. 두 업체는 건물주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점 확장이 위워크보다 느릴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부동산 불경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평가다.
뉴먼이 강조하는 '기술 기업으로서 위워크'라는 슬로건도 지적을 받고 있다. 2012년 이후 뉴먼은 위워크가 부동산 기업이 아닌 IT 기술 기업이라며 다양한 IT 기술이 위워크 사무실과 서비스에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위워크가 공개한 스마트 오피스 기술은 2015년 이후 오피스 빌딩이라면 갖추고 있는 기본적인 기능에 불과하고, 업무 혁신 방식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B2B 기업이 5년 전 제시한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CTO는 "위워크는 내가 빌려준 건물을 다시 빌려주는 회사인데, 기술도 없으면서 왜 스스로 기술 회사라고 하는지 이상하다"며 "위워크의 사업모델은 거의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업계에서는 뉴먼과 위워크가 기술 기업임을 강조하는 이유로 '투자의 수월함과 규모'를 들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기업을 원하지 낡고 지루한 부동산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스스로를 기술 기업으로 포장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후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성장을 끌어내려는 것이 뉴먼의 위워크 성장전략이었다고 미국의 테크 언론과 경제지들은 분석했다.
위워크의 또 다른 문제는 부도덕한 CEO 리스크다. 뉴먼은 비상장 기업의 CEO로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뉴먼은 ▲위워크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천만달러의 대출을 받아 다른 기업에 투자하고 ▲'We'라는 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싼값에 인수해 회사로부터 관련 로열티를 받았다. ▲심지어 뉴먼 본인이 사망할 경우 승계자를 결정한 권한을 있는 인물은 투자자가 아닌 뉴먼의 부인이었다.
의결권도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당시 뉴먼의 의결권은 주당 10표에 달했다. 의결권을 높게 행사하는 실리콘밸리의 CEO들도 주당 3표로 제한하는 것이 관례다. 뉴먼의 위워크 주식 보유량이 30%에 달하는 만큼 주당 10표에 달하는 의결권이 그대로 반영되면 뉴먼은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악재들이 모여 결국 위워크 상장 무기한 연기와 뉴먼의 CEO 퇴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뉴먼의 의결권도 주당 3표로 제한됐다. 뉴먼은 이제 위워크의 지주회사인 위컴퍼니 비상임 회장직으로 물러나고, 아티 민슨 최고재무책임자와 세바스찬 거닝햄 부회장이 위워크 공동 CEO직을 수행한다. 재무와 관리에 특화된 인물들이 공동 CEO로 선임된 만큼 위워크는 한동안 생존을 위한 혹독한 자구책을 실행하게될 전망이다.
물론 위워크가 당장 큰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시장상황이 긍정적이다.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은 공유 사무실 시장이 계속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회사 CBRE는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사무실에서 공유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13%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위워크가 지점 설립을 위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려면 일반적인 공실률(약 20%)을 유지하면서 3~5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상장에 실패한 만큼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하고,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타사 대비 30% 정도 비싼 임대료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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