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청년주거] ①20대 '즐거운 나의 집'은 어디에…"월세 부담에 숨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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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강지수, 류혜경, 조아라, 정석준 기자
입력 2019-10-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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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세이하 청년 평균 월급은 200만원 안팎…월세로 나가는 비용 40~60만원

  • "사회생활 위축된다"…전문가 "주거불안정 출산율저하ㆍ내수침체 원인될 수도 "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단어 중 하나는 '5평'이다. 지난달 17일 첫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다. 신혼부부나 무주택 청년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해 한 누리꾼이 비판적 발언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누리꾼은 트위터에 "청년 주택은 다 5평 내외의 원룸이다"라면서 "'사회초년생이니까', '시세보다 저렴하니까'라는 말이 작은 방에 살아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붙었다. '5평이면 충분하다'와 '너무 좁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5평 논쟁은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청년 주거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반영한 한 사례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으로 청년들의 경제력이 약해졌지만,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면서 주거비는 청년들의 삶을 더욱 힘겨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이미 수많은 청년들은 고시원과 열악한 원룸들을 전전하면서 주거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주거불안은 사회전반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청년주거 실태 보고서에서 "(청년들의 주거부담은) 자산축적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출산율 약화, 내수 감소 등과 같은 사회전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주거비 부담의 심화는 향후 임차 가구 내 양극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주거빈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혜택을 입은 청년들의 수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며, 아직도 수많은 청년들은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주경제는 저임금과 높은 주거비 속에서 고민하는 청년층을 직접 만나 '살 곳'에 대한 고민과 현재 시행되는 대표적인 청년주택 정책들에 대한 평가를 2회에 거친 기획기사로 들어보았다.
 

[사진=트위터]


◇ "월세가 제일 무섭다···낮은 임금에 주거비 부담 너무 커" 

#서울에 사는 29살 직장인 A씨는 현재 6평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낸다. 관리비 10만원까지 합하면 주거에 드는 비용만 한달에 55만원인 셈이다. 그나마 이것도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1인가구가 된 A씨는 입학과 동시에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과외 등 아르바이트로 월세를 냈지만, 전혀 방음이 되지않고 창문도 없는 고시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 결국 6개월만에 친구와 원룸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안정된 곳을 얻기는 쉽지 않았고, 이후 반지하와 다세대 주택 등 여러 곳을 전전했다. 다행히 지금은 직장을 얻어 매월 일정 소득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초년생이라 월급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비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이다보니, 다른 곳에 소비도 힘들어 사회생활도 위축된다고 A씨는 털어놓았다. A씨는 "월세 부담에 사실 숨쉬기가 힘들다. 돈을 벌고는 있지만, 아무 것도 안해도 월급의 4분의 1 정도가 나가는 데 뭘 할 수 있겠냐"라고 한탄했다. 

A씨의 경우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지출부문 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연령이 34세 이하인 청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0만 8000원이다. 이중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숙박으로 20.4%를 차지했다. 뒤를 이은 것이 월세 등을 포함한 주거·수도·광열비로 비중이 18.3%에 달한다. 이는 전체 청년가구 평균인 14.1%에 비해서 크게 높은 것이며, 자녀가 없는 부부 청년가구의 9.8%의 2배 가까이 달하는 것이다. 

청년층의 낮은 임금도 거주비 부담을 무겁게 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29세이하 청년의 월평균 임금은 211만 6000원이다. 정규직의 경우에는 254만 1000원이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125만 4000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30~40만원에 달하는 주거비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만난 1인 청년 가구주들도 월세 부담이 경제 생활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아무개(30)씨는 “매달 월급의 20~25%가 월세로 지출돼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면서 “월세를 줄이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 거주 직장인 최아무개(27)씨 역시 “한 달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월세”라며 “월세 나갈 때마다 몸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터뷰를 한 10명의 직장인 대부분 월세와 관리비 등 고정주거비로 40~6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평형은 대부분 6~8평이며, 오피스텔과 다세대 원룸이었다. 29세 이하 청년의 월평균 임금이 211만 6000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않은 부담인 셈이다.  

특히 빈곤층의 경우 소득대비임대료비율(RIR)이 비빈곤층에 비해 크게 높다. RIP는 경제적측면의 주거빈곤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청년 빈곤 해소를 위한 맞춤형 주거지원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대비임대료비율(RIR)가 20%가 넘는 이들의 비율은 청년가구주 가구의 경우 비빈곤층은 43.96%였던 반면, 빈곤층의 경우 73.33%에 달했다. RIR가 30%를 넘어가는 이들의 비중의 경우에는 청년 가구주 가구는 비빈곤층에서는 18.97%에 그쳤던 것이 빈곤층에서는 무려 60.22%에 달했다. 

이는 결국 빈곤층 청년들의 주거부담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것이며,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가 내놓는 여러 주거정책들은 혜택을 받는 이들은 턱없이 적을 뿐만아니라, 혜택을 받기도 상당히 까다롭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에서도 청년층의 주거불안 현실은 고스란히 나타난다. 조사대상 3000명 중 63%가 월세로 생활하며 주거 불안정과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서울시 1인가구의 77.3%는 전‧월세, 고시원, 원룸에 거주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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