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변신은 무죄] 패션 터줏대감, 이유 있는 변신 왜? “젊어져야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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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10-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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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 변화 탓, 설 자리 잃은 정통캐주얼…점유율 4%대 그쳐

  • 젊은 고객 유입 위해 브랜드 리뉴얼·온라인몰 확장

  • 북미·유럽 등 해외시장 염두에 두고 리뉴얼 시도

트래디셔널 캐주얼(TD) 브랜드가 위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변화를 꾀한다.

15일 한 대형백화점에 따르면, 2017년 전체 패션 상품군 매출에서 TD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점유율은 4.5%였으며, 지난해는 4.3%까지 떨어졌다. 백화점에서 아웃렛, 온라인 등으로 소비채널을 옮겨간 데다가 글로벌 SPA (제조·유통 일괄방식) 약진, 컨템포러리 상품군 및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TD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3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이 신호탄을 쏘았다.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빈폴의 부진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실적 적자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빈폴은 이번 변화를 통해 국내 TD 시장 1위를 굳히는 한편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화 시킨 빈폴의 헤리티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캡슐라인 ‘팔구공삼일일(890311)’을 출시했다.

빈폴 리뉴얼을 도맡은 정구호 고문은 “빈폴의 노후화, 세대 간의 갭을 줄여 빈폴의 인지도가 전 세대에 걸쳐 ‘핫’해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헤지스 가을·겨울 화보. [사진=LF 제공]


내년 20주년을 앞둔 LF ‘헤지스’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주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우선 젊은 층 유입을 위해 온라인 전용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헤지스가 2017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온라인 및 플래그십 스토어 전용 라인 ‘피즈’는 헤지스를 상징하는 사냥개 잉그리시 포인터의 얼굴을 위트 있는 캐릭터로 형상화해 제품에 적용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반응이 좋자 헤지스는 반려견 의류 라인 ‘피즈 크루’를 선보이는가 하면, 모바일 액세서리 및 문구류 등 연관 상품도 출시했다. 소통 창구는 명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H’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해지스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중국, 대만,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헤지스는 북미, 유럽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상품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 아래 최근 해외 주요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라인별로 영입했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팀 코펜스(Tim Coppens)’가 대표적이다. 팀 코펜스 CD는 헤지스의 남성, 여성, 액세서리, 골프 등 전 라인의 콘셉트를 재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로벌 CD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탄탄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토털 캐주얼 브랜드로 도약 중이다. 2000년 남성복을 시작으로, 2005년 여성복, 2008년 액세서리, 2009년 골프웨어, 2012년 아동복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패션을 선보여왔다. 지난해는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 룰429’를 론칭했다. 

김인권 LF 상무는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는 토털화를 바탕으로 한 메가 브랜드 전략이 가능해 확장성이 높으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에 유리하다”며 “유행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 클래식한 콘셉트와 2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층을 커버하는 범용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타미진스 라이트다운 패딩 화보 [사진=타미진스 제공]


‘타미힐피거’는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 한섬의 품에 안기면서 제대로 탈바꿈했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 후 추진한 ‘브랜드 리빌딩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매출 확대는 물론, 신규 고객 증가 등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섬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타미힐피거(남녀 의류 및 타미 진스) 신규 구매 고객은 전년 동기간 대비 63%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전체 구매고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등 고객층이 전반적으로 젊어졌다.
 
타미힐피거는 ‘라인업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타미힐피거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도입했다. 한섬은 기존 남녀 의류에 국한됐던 제품군을 신발·캐주얼 패션·잡화 등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타미힐피거 풋웨어(슈즈)’를 론칭하며 글로벌 단독매장 1호점을 현대백화점에 연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영캐주얼 제품으로 구성된 ‘타미진스’ 단독 매장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했다. 최근에는 숍인숍 형태로 ‘타미힐피거 삭스(양말)’도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디자인 차별화에도 공을 들였다. 한섬은 지난해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빅 로고’ 등 타미힐피거 글로벌 본사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제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국내 타미힐피거 매장에선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디자인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코카콜라’,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한섬 관계자는 “이런 시도는 타미힐피거를 젊은 이미지 브랜드로 바꿔놨고, 신규 고객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타미힐피거 글로벌 본사는 국내 타미힐피거의 고성장세와 높아진 K패션 위상을 고려해 한국을 신제품 출시에 있어 최우선 순위 국가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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