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감원…금융권 요직에 금융위 출신이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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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장은영 기자
입력 2019-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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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원들 줄줄이 임기만료…자리다툼 치열

  • DLF사태 등 책임론 금감원 출신 힘 못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자리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월호 이후 주춤했던 금융위가 최근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는데 실패한 금감원을 압도하고 자리를 하나둘 차지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두 기관이 최근 인사적체 해소를 이유로 상당수 임원을 내보낸 것도 자리다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임원들이 점차 퇴직을 맞이하는 시점이라 자리다툼이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낙하산 자리다툼에서 금융위가 우세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금융권 협회의 2인자인 부회장 혹은 전무부터 바뀌고 있다.

지난 2014년만하더라도 은행연합회(김영대 전 금감원 부원장)와 생명보험협회(오수상 전 금감원 런던사무소장), 손해보험협회(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 여신금융협회(이기연 전 금감원 부원장보), 저축은행중앙회(정이영 전 금감원 조사연구실장) 등 주요 금융권 협회의 부회장 자리를 모두 금감원 출신 인사가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은행연합회는 홍재문 전 금융위 기획재정담당관이, 생보협회는 송재근 전 금융위 과장이 전무(옛 부회장직)직을 차지했다. 여신협회도 오광만 기재부 전 과장이 전무직을 맡게 됐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은 손보협회(서경환 전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와 저축은행중앙회(하은수 전 금감원 은행검사국장) 전무직 두 자리만 보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유관기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년 전만하더라도 김수봉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보험개발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대규 전 금융위 보험과장이 김 원장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이는 최근 금융위가 금감원보다 상대적으로 힘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관료의 낙하산 인사가 세간의 눈총을 받게 되면서 금감원 출신 인사가 낙하산 1순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문제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금감원의 책임론이 점차 늘어나면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퇴임 후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도 낙하산 자리다툼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전직 부원장보가 가던 A은행의 감사 자리에 부원장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등 금감원 내부의 낙하산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이는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의 인사적체 해소 작업으로 수많은 임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일례로 금감원을 보면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부원장보 9명 중 6명을 교체했다. 2017년 최흥식 전 원장은 임원 13명을 물갈이했으며, 지난해 윤석헌 원장이 부임하면서 3명의 부원장보를 교체했다. 이 같이 퇴직한 임원들이 늘어나면서 많지 않은 낙하산 자리를 놓고 다툼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감원이 부원장보 퇴임 후 낙하산 자리를 마련해줬으나 윤 원장 취임 후 이런 관행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지금은 퇴임 인사들끼리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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