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이건희 삼성 혁신 때와 같은 나이"…뇌물방지·신경영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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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10-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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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고법. 뇌물공여 판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 "기업 내 실질적・효과적 준법감시제 필요"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재발 방지와 이건희 회장 같은 기업 혁신을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열고 “몇 가지가 해결 안 되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삼성 총수와 최고위 임원이 가담한 뇌물 범죄 방지를 위해 기업 내 실질적・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판부는 “삼성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인 준법제도가 작동됐다면 피고인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재벌 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벌어졌다는 점에서 재벌체제 폐해 시정에 나서야 한다는 촉구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재벌체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현상과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고 국가 경제가 혁신적 경영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며 “이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벌체제 혁신을 통해 혁신 기업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하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따라 삼성을 혁신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기 바란다”며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고 이른바 ‘삼성 신 경영 선언’을 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 (생각해보라)”는 질문으로 첫 기일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당부에 앞서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해둔다"고 전제했다.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은 유무죄 심리기일과 양형심리기일로 나눠 열린다. 각각 11월 22일과 12월 6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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