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 괜찮을까요...M&A 이슈 다시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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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지 기자
입력 2019-10-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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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업계에 KDB생명, 더케이손보 매물로 등장

  • 금융지주에 매각된 DGB생명, KB손보 성공 사례

  • 안방보험 자금 수혈 기대, 그러나 오너리스크로 실망

근래 5년간 M&A 거래 이후 팔린 보험사들이 업계 시장 악화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보험업계가 또 다시 인수·합병(M&A) 이슈로 술렁인다. KDB생명, 더케이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오자 잠재적 매수자들이 눈치를 본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중국계 자금 등이 M&A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험 업황이 좋지 않아 선뜻 나서긴 어렵다.

과거 M&A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최근 5년 사이 몇 가지 굵직한 거래가 있었다. 다만, 업계 불황으로 M&A 후 수익을 낸 곳은 많지 않다.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지도 미지수다. 자본력 있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지만, 우리 보험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 KDB생명·더케이손보 새 주인 찾을까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을,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해보험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M&A 시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외국계 보험사 혹은 국내 금융지주사가 이 보험사들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 9월말 산은은 KDB생명 매각 공고를 냈다. 이번 공고는 금호그룹 부실로 KDB생명을 떠안고 난 뒤 벌써 4번째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초 매각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KDB생명 보통주 8800만주를 팔아 경영권까지 넘기는 거래다.

매각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삼일회계법인이다. 산은은 KDB생명을 인수한 뒤 1조3000억원가량을 투입했고, KDB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73억원을 기록했다.

지급여력비율(RBC)도 232.7%로 당국의 권고치(150%)를 넘겼다. 올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 3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줄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교직원공제회는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더케이손보를 팔기로 했다. 예상 매각가는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아직 확실한 의사 표시는 없다.

지난 2003년 교원나라자동차보험으로 시작한 더케이손보는 2014년 종합손보사로 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 비중이 큰 회사들은 손해율 급등을 피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해 말 125억원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도 63억원 적자다.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인수를 위한 기업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 부문을 확장하고, 손해보험사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보험업계가 시장 포화, 경기 악화, 손해율 급등으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도 보험사 인수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 최근 5년간 굵직한 보험사 M&A

5년 전으로 되돌아가보면 굵직한 M&A 사례들이 여럿 있다. 2014년 9월 NH농협금융지주는 DGB금융지주에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전부(98.89%)를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했었고, DGB생명이 등장하게 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KB금융지주에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이렇게 탄생한 KB손보는 KB금융 판매 네트워크(국민은행 1100여개 지점)를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8월에는 중국 안방보험이 M&A 시장에 뛰어들며 주목받았다. 안방보험은 지난 2004년 설립돼 생명보험과 자산관리업 등 종합적인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종합보험사다. 당시 중국 보험업권에서 손보업 17위, 생보업 8위를 차지했다.

총 자산은 7000억 위안(약 125조원)이었다. 그리고 안방보험은 2016년 4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했다. 알리안츠생명의 전신은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보험이다. 

이어 2018년 8월 현대라이프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돼 대만 푸본에 팔렸다. 같은 해 9월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고, 오렌지라이프가 탄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포트폴리오상 약점으로 지적된 비은행, 특히 생명보험 사업을 강화하게 됐다.

같은 해 미국 뉴욕생명이 에이스그룹에 매각돼 처브라이프생명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5월에는 롯데손해보험이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이 줄줄이 외국계 금융사, 사모펀드, 국내 금융지주사 품에 안겼다.
 

5년간 보험사 M&A 사례[표=각 보험사 공시]

◆ 주인 바뀐 보험사들의 실적 살펴보니 

M&A 후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보통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했을 경우 시너지가 컸다. DGB생명과 KB손보는 매각 성공 사례로 꼽힌다. KB손보는 2014년 매각 전 당기순이익이 1387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891억원까지 성장시켰다. 

DGB생명도 2015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7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상반기 152억원으로 늘었다. ABL생명도 매각 전 2015년 감사보고서 상 해당 년도 당기순이익이 874억원 손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9억원 이익을 내며 적자를 벗어났다.

반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0억원, 2분기 당기순이익 1억원으로 후퇴했다.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들고, 그만큼 업황도 좋지 않다는 얘기다. 역시 안방보험에 매각된 동양생명도 2015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314억원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 753억원으로 급감했다.

푸본현대생명도 올해 시장 악화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당기순이익은 612억원 손실이었으나 2018년 646억원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4억원으로 지난해(111억원)에 비해 47억원 줄었다. 2분기엔 120억원으로 지난해(576억원)에 비해 456억원이나 감소했다.

이 회사는 전속설계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계사를 2017년 1655명에서 2018년 960명으로 대폭 줄였다. 그뒤 비용 절감을 통해 회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되레 역효과를 내는 모습이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2018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836만원이였으나 올해 상반기 1471억원으로 줄었다. 처브라이프생명의 경우 올해 1분기 80억원 손실로 지난해보다 53억원 줄었다. 2분기엔 76억원 손실로 29억원 후퇴했다.   
 

보험사 M&A 이후 당기순이익 추이[표=각 보험사 공시]

◆ 인수 후 무리한 확장 위험, 시너지 고려해야

금융지주사의 인수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이유는 판매채널을 확대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중국계 보험사가 인수한 경우 막강한 자금력이 장점이다. 다만, 우리나라 보험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DGB생명의 경우 건강보험상품을 팔면서 차익을 남겨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ABL생명, 동양생명은 매각 후 무리하게 저축성보험을 판매했고 최저보증 이율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 보험사를 인수한다면 시너지를 낼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또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예컨데 DGB생명의 경우 금융지주의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상반기 모집형태별 원수보험료 및 수입보험료 중 방카슈랑스가 433억원으로 전체(4131억원)의 10%가량을 차지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 후 단기 성과를 위해 무리한 경영전략을 구사하면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동양생명, ABL생명의 경우 오너리스크 없이 약속자금이 모두 수혈됐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2018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전 회장은 배임 행위로 18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결국 안방보험 경영권은 중국 정부로 넘어갔다. 안방보험만 바라보던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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