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때도 안 쓴 '양적완화'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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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0-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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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경제 비관론 속 장기 불황 우려...비전통적 통화수단 꺼낼 가능성

  • 한국·호주·뉴질랜드 아직 공식 검토 아니지만 향후 경제 전망 어두워

한국, 호주, 뉴질랜드 세 나라 중앙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경기둔화 바람에 똑같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추가 금리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가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은 양적완화 카드를 검토하는 건 경기상황이 그만큼 비관적이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세계 경제를 둘러싼 비관론 속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트리오'가 장기불황을 막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3국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에서 양적완화가 실시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며 "중앙은행은 맡은 임무가 있다.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한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나 민간 채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동시에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부양책을 의미한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없을 때 쓰는 일종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로(0), 마이너스(-) 수준의 초저금리에도 경기회복이 더디고 물가가 오르지 않자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통화당국이 양적완화를 거론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이들 세 나라가 금융위기 때는 중국의 성장세에 기댈 수 있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성장둔화가 심화하면서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한국 1.25%, 뉴질랜드 1%, 호주 0.75%)로 내렸지만 물가 상승이나 성장세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결국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8월 금리인하와 함께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금리인하 결정 뒤 "통화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며 추가 금리인하, 양적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경제도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3%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파에 3분기 성장률(전년 대비 6%)이 27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역시 경제지표가 흔들리고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성장 엔진인 독일의 침체 위기 속에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SOE)의 경우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양적완화를 취할 근거가 강력하다. 경제가 원화 강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중앙은행들의 추가 부양 행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큰 비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장기 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경기 부양과 투자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한국의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은 만성적으로 평탄하다. 양적완화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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