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주 11년 차를 맞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는 커뮤니티 공간이 전체 면적(약19만9653㎡)의 약 5%에 달한다. 단지 곳곳에 수영장·골프연습장·사우나 등이 마련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취미·레저활동이 가능하며, 독서실·스터디룸 등은 독서스터디, 악기배우기, 꽃꽂이 모임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호텔급 게스트하우스와 '물놀이장+놀이터'를 결합한 카약놀이터는 아파트를 넘어 동네 명물이 됐다.
반포자이 커뮤니시설 '자이안센터'의 강기호 운영실장은 29일 "반포자이의 경우 하루 약 2600명이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커뮤니티 시설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운영되느냐가 아파트 몸값과 프리미엄 단지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놀이터와 수영장, 헬스장 정도였던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이 최근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조식서비스와 사우나는 물론이고 취미 활동과 친목 모임 장소로 활용되며 입주민의 여가 시간을 책임지는 중요 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선택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들도 깐깐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제 커뮤니티시설은 고급화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변화에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의 시공권 입찰경쟁이 치열했던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의 경우, GS건설은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인피니티풀을 약속했고, 대림산업은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아크로'를 비롯해 글램핑·온실카페 도입을 예고했다. 현대건설은 아예 단지 내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강남권 최고급 아파트에서는 단지 안에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1년 2월 준공한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은 테라피스트가 상주해 입주민들에게 1대1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수중 헬스시설과 수영장, 클럽하우스, 사우나 등을 갖춘 최고급 커뮤니티도 단지 명성을 더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2월 준공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해외에 장기간 거주한 경험이 많은 젊은 가구주들이 많다는 특징을 겨냥해 입주민 전용 식당에서 호텔급 조식과 중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포레나'를 론칭하면서 반려견 전용 산책길과 대형 세탁기를 갖춘 '런더리 카페' 등을 준비하고 있다.
KCC건설도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부산)'에 조식-세탁-컨시어지 서비스와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가능한 커뮤니티를 탑재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커뮤니티시설이 단지의 트레이드마크로 부상해 아파트 단지 가치를 상승시켜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반포자이의 경우 지난해 11월 59.98㎡가 17억8000만원이었지만 1년 만에 19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남더힐의 경우 최근 87㎡ 매물이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단지인 한남동리첸시아, 리버탑 등의 동일면적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커뮤니티 시설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관리업계 덩치도 커지고 있다. 국내 주택관리업계 1인자인 우리관리는 2016년 891개에서 올해(9월 기준) 1147개 사업장으로 최근 3년간 매년 9%씩 성장하고 있다. GS건설 자회사로 주택관리·빌딩관리·시설물관리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자이에스앤디'는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급단지의 경우 월 관리비가 100만원에 달하지만 프리미엄 아파트 주력 소비계층인 영앤드리치(젊은 부자)들은 가격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부동산을 투자가 아닌 생활서비스 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편리한 주거생활은 물론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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