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바닷가 마을에서는 매생이로 끓인 국을 ‘미운 사위 국’이라고 한다. 국이 보기와 달리 뜨겁기 때문에 섣불리 먹었다간 입을 데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장모가 곱게 키워 시집 보낸 딸자식에게 소홀한 사위를 은근히 골탕 먹이기에 안성맞춤인 음식이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나 입을 델 정도로 허겁지겁 먹는 음식이니 반대로 생각해보면 매생이가 귀한 음식이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매생이는 조선시대에 전남 해안지방에서만 나는 특산물로 유명해서 임금님께 진상품으로 바쳤다. 1454년에 완성된 '세종실록지리-전라도편'에도 매생이는 전라도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조선 중기 성현이 쓴 ‘용재총화’에도 “매생이는 임금 수라상에만 올라가는 반찬"이라 하였고, 그의 친구인 김간이 어느 사찰에서 맛본 매산 구이를 "천하의 진미"라 극찬한 음식이 바로 매생이 지짐이다. 또 여기에는 "감태와 비슷하나 조금 짧은 것을 매산(매생이)이라 하였다”고 적혀 있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는 매생이를 ‘매산태’라 기록하고 “매생이는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여 길이가 몇 자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달고 향기롭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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