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두 달 반 만에 1조원가량 늘어났다.
3일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9조425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월 25일에 9조200억원으로 8월 6일(9조164억원) 이후 처음 9조원대를 기록했고 이후 5거래일째 9조원대를 유지했다.
올해 2월부터 10조원대를 지속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7월 말 9조원대, 8월 초 8조원대로 급감했다. 8월 9일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8조309억원까지 줄어 2017년 6월 8일(8조113억원)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다 9월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오르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덩달아 늘어 다시 9조원대에 진입했다. 8월 초 이후 잔고가 1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최근 강세를 보인 바이오주에 개인 투자자 매수가 몰린 가운데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시장별 잔고는 10월 31일 현재 코스피 4조174억원, 코스닥 5조251억원이다. 8월 말과 잔고를 비교하면 코스피는 3조9172억원에서 1002억원(2.6%) 늘었으나 코스닥은 4조4690억원에서 5561억원(12.4%)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일단 빚을 내 주식을 사고서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작년 초 10조원 안팎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남북경협주와 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같은 해 4∼6월에 12조원대까지 늘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빚을 내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뿐 아니라 증시에도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 행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도 주가가 상승세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 부담 증가, 분기 기업실적 부진 지속, 거시 지표 약화 등으로 코스피는 지수 조정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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