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검찰이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에 대해 ‘몰수 보전’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검찰은 법원의 결정이 행정 착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항고했다.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기록이 재판부에 모두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자료가 법원 종합민원실에서 형사과를 거쳐 재판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일부가 누락됐다고 한다.
형사재판에 전자소송이 도입돼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뿐만 아니다.
#. 변호인들은 기록 열람·복사를 위한 예약을 하고서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편철돼 있는 기록은 풀 수도 없어 한 장씩 복사해야 한다. 묶여있는 부분은 까맣게 복사돼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 사건기록은 단 하나 뿐이라 변호인들이 복사하는 동안에는 담당 판사조차 기록을 볼 수 없다. 판사 간에도 재판장, 우배석, 좌배석 순으로 기록을 돌려본다고 한다.
형사소송이 종이기록 기반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벌어지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모습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에의 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조응천(57·사법연수원 18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형사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은 형사소송에서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형사소송은 여전히 종이기록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록 열람·복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서 신속하고 충실한 검토와 심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는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리할 뿐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다.
전자소송은 지난 2010년 특허소송을 시작으로 2011년 민사소송, 2013년 행정·가사소송, 2014년 회생·파산, 2015년 약식사건 등에 도입됐다. 현재 형사소송을 제외한 모든 소송은 전자소송이 가능하다. 2018년 기준 특허소송은 100%, 민사소송은 77.2%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됐다.
형사 전자소송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형사사법절차의 투명성 증대 ▲피의자와 피고인의 기본권 보호 ▲종이기록의 한계 극복 ▲기록 열람·복사의 문제 해소 ▲문건 누락 방지 등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형사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못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 공소장일본주의 문제, 전자적 접근 취약 계층의 방어권 보장 등 풀지 못한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정보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민사, 행정 등 소송과 달리 형사 소송에서 피해자나 고소·고발인의 인적사항이 노출될 경우 보복 가능이 우려되고, 피해자의 프라이버시 공개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성훈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감사)는 “독일, 미국, 싱가포르에서도 형사재판에 전자소송이 도입됐다.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이들 나라의 전자소송 제도를 검토해 보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며 “더 이상 법정에서 ‘아직 열람·복사를 마치지 못했으니 시간을 조금 더 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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