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정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수의계약을 통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제3자를 끼워 넣은 간접거래도 문제 거래 행위로 명시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규정'은 공정거래법 23조의2에 따라 자산 합계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총수가 회사를 동원해 자신이나 일가의 이득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심사지침안을 통해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와 50억원 이상 대규모 내부 거래를 하더라도 경쟁입찰을 했다면 일감 몰아주기 심사를 면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내부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된다"며 "수의계약 과정에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계열사에 상당한 일감을 몰아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대기업들의 내부 거래 매출액 9조2000억원 중 86.8%에 달하는 8조원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공정위는 부당이익 제공 행위의 주체와 객체도 명확히 했다. 주체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회사', 받는 객체는 '특수관계인 회사'다. 여기서 특수관계인 회사란 '동일인 및 친족이 상장사 기준 30%(비상장사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아울러 간접 보유 회사와 간접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행위도 심사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그간 기업들이 일감을 몰아줄 때 흔히 사용하는 제3자 매개 거래 방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객체를 지원할 때 직접적인 거래라는 형식을 피하고자 제3자를 매개해 거래하고 그로 인해 객체에 경제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경우는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난 2004년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다.
이 외에도 위반 행위 유형별 판단 기준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행위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 세 가지로 구체화했다.
거래 조건의 유불리를 따지기 위한 '정상가격' 산정 기준도 마련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상가격 기준의 일괄적·정량적 적용이 어려운 점도 고려해, 개별 사례와 판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예외 조건은 △거래 조건 차이 7% 미만 △연간 거래 총액 50억원(상품·용역 200억원) 미만 △효율성·보안성·긴급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 등이다.
정 과장은 "법과 시행령의 범위 안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지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거나 규제를 강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법 집행의 불확실성을 줄여 기업의 자발적 법 준수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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