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AA-) 등급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통상 6개월 전후로 등급이 강등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비우량채’(A급 이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내년 만기 회사채 물량은 총 4100억원이다. 상반기에만 26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회사채시장은 우량채 선호, 비우량채 기피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A급 이하는 수요 부족 혹은 간신히 미매각을 면하고 있다. 일부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오버부킹을 기록했지만 규모는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현 시장 상황이 지속되면 LG디스플레이도 회사채 발행에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 시나리오 전개가 불가피하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연결기준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영업이익)은 1배를 하회했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됐다.
실적 부진 배경은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LCD 패널 판가 하락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액의 80%가 LCD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형 패널과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을 생산하고 OLED로 사업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LCD에 편중된 수익을 단기간 내 상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대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BOE는 13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LCD 공급 공세를 펼친 주축이지만 자기 덫에 자신이 걸린 셈이다. 추가 공급확대가 어려운 만큼 LCD 패널 가격이 반응할 소지가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OLED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재무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3년 평균(2016~2018년) 자본적지출(CAPEX)은 6조3000억원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조6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는 7조50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총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은 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주요국 TV업체들이 OLED TV 출시 계획 소식에 LG디스플레이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그러나 LCD 매출 감소분을 충당하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LG화학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정호영 사장을 선임했다. 이후 대규모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새 판을 짜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인사 발표 내용을 보면 OLED 부문 강화 의지가 엿보인다. 전체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 28명에서 올해 11명으로 줄었지만 승진자 대부분 OLED 부문 기여도가 큰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사는 철저한 성과 중심을 강조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과거 LCD공급을 확대할 때 의아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며 “전략·재무통이 수장에 올랐다는 점은 단순 영업력이나 시장 개척 정신보다 ‘숫자’ 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그 역량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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