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행사를 진행할 퓨로D+입니다. 시상자와 수상자 분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세요.”
단상 위에 행사 진행을 맡은 인공지능(AI)로봇 한 대가 사람들을 호명했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비롯해 수상자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시상자를 보조하는 로봇인 퓨로D 주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둘러섰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AI로봇은 수상자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며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했다. 그러다 잠깐 로봇의 말이 끊겼다. 시상자와 수상자가 조금 당황해 하며 웃자, 참가자들도 따라 웃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로봇과 함께 동반한 안내자는 “로봇이 아직 행사 진행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럴 때도 있어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가 마이스(MICE, 기업회의‧인센티브관광‧컨벤션‧전시회)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열린 ‘대한민국 MICE 대상 및 컨퍼런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마이스 산업에 대한 환경변화 및 트렌드를 공유하고 앞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특히 이날 공사는 마이스 산업 트렌드로 ‘미팅 테크놀로지’를 내세웠다. 미팅 테크놀로지는 마이스 행사 전반에 사용되는 정보통신기술(ICT)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마이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행사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급성장 중인데,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츠 앤 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시장규모를 2017년 34억 400만 달러(약 4조 508억원)에서 2024년 114억2900만 달러(약 13조 6005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퍼런스장 주변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안면인식, 홀로그램 등 ICT 관련 기업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전시회에 적용될 ICT 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행사장을 분주히 오갔다.
국내 국제회의 기획업체에서 근무 중인 윤영미(50대‧여‧가명)씨는 “미래 기술을 행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다”라면서 “다만 비용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의 장을 관련 기관이 주도적으로 마련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홀로그램을 통한 강연도 인상 깊었다. 강연을 시작한다는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컨퍼런스장 안에 설치된 단상 위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다. 입체감이 생생해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실제 사람이 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강연 이후엔 홀로그램(강연자)을 사이에 두고 실제 두 사람이 앉아, 총 3명이 토론을 진행했다. 멀리서 보면 누가 실제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현재 홀로그램은 미팅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행사 운영의 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안영배 관광공사 사장은 “앞으로 한국 마이스 산업에서 미팅 테크놀로지는 혁신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전시, 기획 등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컨퍼런스를 통해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사는) 미팅 테크놀로지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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