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웨그는 9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소프트뱅크와 원만한 결별 과정에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소프트뱅크가 빠진다고 알렸다. 아울러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감원 계획도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이번에 웨그의 지분을 얼마에 되팔았는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입액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큰 손실만 떠안은 채 웨그에서 손을 뗀 셈이다.
웨그는 반려견 주인에게 반려견을 대신해 산책시켜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월 소프트뱅크는 웨그의 기업가치를 약 6억5000만 달러로 평가해 3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사회 자리 2개를 얻었다.
웨그는 투자를 유치해 반려견 산책뿐 아니라 반려견 꾸밈, 사료, 진료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로버 등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웨그는 수차례 감원과 경영진 교체를 단행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가뜩이나 앞서 투자했던 위워크, 슬랙, 우버 등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막대한 손실을 안은 소프트뱅크는 이번에 웨그 지분 매각으로 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3분기에 비전펀드에서만 5726억엔(약 6조274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웨그에 대한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를 상대로 한 발표 중 실패 사례로 위워크와 웨그를 콕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위워크의 경우 올초만 해도 몸값이 470억 달러로 평가됐으나 현재는 8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소프트뱅크가 95억 달러 규모로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위워크는 직원 20%를 감원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선 '닷컴버블'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번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버블을 조성한 원흉이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과잉투자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올해에만 1000억 달러 증발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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