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빈소] 못다 이룬 ‘세계경영’ 꿈 전파 나선 대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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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12-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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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례식 이틀째에도 정・재계 인사 추모 행렬

  • 산업화 시기 나라 걱정 앞선 1세대 경영인

  • 대우 측, 세계경영 정신 알리려 인터뷰 적극 주선

최태원 SK 회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회장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정재계 인사의 조문이 이틀째에도 끊기지 않았다. 여기에 전직 대우맨들은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 알리기에 팔을 걷었다.

이날 김 전 회장 빈소에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의 조문으로 오전부터 북적였다. 최 회장은 “청년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준 분”으로, 손 회장은 “과단성과 담대함”을 갖춘 기업인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오후에 모습을 드러낸 김윤 삼양그룹 회장도 “학창시절부터 존경한 분”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산업화 시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기억하는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도 3월 병원에서 김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을 돌아봤다.

정계에서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같은 당 유승민·지상욱 의원 등도 세계로 뻗어가던 고인의 열정을 기억하며 명복을 빌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 위원회에서 함께 움직이던 시절을 회상했다.
 

추호석 대우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과거 김우중 회장 업무비서 재직 시절 지켜본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대우 DNA 물려받은 청년 세계경영인

대우인들은 이틀 간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이날 글로벌YBM(GYBM) 1기생 백지우(30) 씨와 추호석 대우학원 이사장 등 인터뷰를 주선했다. 졸업반이던 2015년 국내 취업을 시도해 본 백씨는 해외로 눈을 돌리다 GYBM 공고를 접하고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새벽 5시 기숙사에서 일어나 단체 운동 후 공부하는 생활을 한국에서 3개월, 인도네시아에서 7개월 이어간 끝에 2016년 현지에서 2000명 규모의 나이키 운동화 OEM공장에 취직해 지난해 공장장이 됐다. 백씨는 김 전 회장이 국내 연수시절과 수료식 때 강조한 도전정신을 계승하고 있었다. 그는 "해외 진출에 마음을 굳힌 계기가 고인의 가르침"이었다며 “세계를 생각하면서 일자리나 활동 반경을 한국에만 가두지 말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50~60대가 대부분인 분야에 뛰어든 백씨는 이 틈새시장에서 뿌리 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프로그램 지원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외 취업이 답은 아니겠지만 경로가 될 수는 있다”며 “한국이든 어디든 그냥 많이 재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다“고 세계경영 정신을 설파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운영하는 GYBM은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에 진출할 젊은이를 모집해 현지 취업을 돕는다. 연구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대우 관련 임직원이 세운 회사로 보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에) 조금씩 알려졌다”며 “요즘 인도네시아 과정이 40명 정도인데 데려가겠다는 곳이 80군데 넘는다. 이제 이 친구들이 골라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대우인의 세계경영 DNA를 청년 해외 진출로 전파하는 모습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세계경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측근 “돈보다 나라 걱정…이 사람 사업가 맞나”

김 회장과의 인연이 깊은 이들은 세상이 그를 나라와 후세를 먼저 생각한 기업인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랐다. 김 전 회장의 업무비서 출신인 추호석 대우학원 이사장은 초창기 회사를 이끌던 그에게서 실패를 허용한 기업인의 모습을 읽었다. 추 이사장은 김 전 회장이 자기 세대가 희생해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다고 회상했다.

팔을 걷어붙인 이는 대우맨 출신만이 아니었다. 2014년 ‘김우중과의 대화’를 펴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5분간 ‘인간 김우중’ 강의를 했다. 신 교수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기대와 달리 기업보다 나라 걱정을 해 “이 사람 사업가 맞나” 생각한 일화를 꺼냈다. 무역과 금융 중심 서비스를 구상하던 김우중 회장이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중화학과 건설 사업에 나섰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결국 전분야를 거느린 기업가가 돼 신흥국 진출 시 인프라 제공에 나서는 등 단기적 이익 추구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는 말도 보탰다. 신 교수는 고인의 세계경영에 대해 "보통 세계적인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민족주의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두 가지가 맞물리며 넘보지 못하는 경쟁력이 대우에 나타났다"고 추켜세웠다.

세간의 인색한 평가에 답답함을 토로하러 나선 대우맨도 있었다. 1979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31년간 근무한 김희석씨는 "언론에 나타난 세계경영 이야기는 너무 단편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진출국에 인프라를 제공한 '기브 앤 테이크'와 합병을 통한 선단식 경영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우가 존속했다면 지금쯤 여기 있는 분들의 절반이 대우가 진출한 해외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우리 회사가 내 회사였다"며 "(대우는) 봉급자가 아닌 기업가를 양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4000~5000명 규모였던 추모 행렬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3800명 수준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전 세계에 흩어져 활동중인 GYBM 수료자도 이틀간 140~150명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약 1000명이 수료했다.

김 전 회장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시작된다.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과 어’가 3~4분 재생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오전 9시에 아주대학교 본관인 율곡관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장지인 충남 태안 선영에서 영면을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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