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여전히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 진출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어떤 외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이 들어와야 지역 경제가 보다 활발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과는 달리 우리 기업이나 기업인들의 본심은 중국으로부터 많이 이탈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외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호재가 보이지 않는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에서 벗어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기도 한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양국 간의 냉기류가 양국 경제 주체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주고 있는 결과이다. 중앙정부 간의 소통이 소원해지다 보니 지방정부 혹은 민간의 교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0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사건으로 중국이 일본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면서 일본이 한동안 고전하기도 했었다. 그 기간 한국 기업 혹은 상품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일본을 밀어내고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3년 정도가 지난 후 서서히 정상적으로 복원되면서 지금은 남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정치·경제적으로 밀월(蜜月)을 하고 있다. 반면 201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재까지 역으로 한국 기업이나 상품이 중국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오히려 일본 상품은 날개를 달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은 러시다.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해 둘 것인가 아니면 반전의 물꼬를 터야 하는가 기로에 서 있다.
정상화되지 않으면 동북아 첨단제조 가치사슬에서 한국만 제외될 수도
20세기 중반 이후 한·중·일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 국가들로, 이제는 ‘우월적 선도자’의 경쟁 구도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과의 협력이 중국 제조업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이들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중·일 3국 간에 형성되어 있는 정교한 가치사슬에서 한국은 제외되고 중·일 간의 협력 구도로 변환될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과는 물론이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설픈 정치적 감성이나 포퓰리즘이 경제에는 독(毒)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년은 중국 경제에도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5%대 성장이라는 본격적 중속 성장의 서막이 예고되고 있다. 수출보다는 내수를 중시하는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더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곡선이 급강하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돈도 더 풀면서 시장의 활력 제고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런 타이밍에 편승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 대해 지레 포기하고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다. 시장의 파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국 시장의 파이를 줄이고 다른 시장에서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에서 골고루 파이를 늘리면서 특정 시장에 대한 편중성을 줄이는 것이다. 사드 보복 피해의 고착화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도 내년은 반드시 한·중 경제 관계의 해빙기(解氷期)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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