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조원태의 계주, 군살빼기로 보폭 넓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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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12-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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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성 없이 희망퇴직 접수

  • 과거 체코항공 흑자 전환 경험…

  • 효율성과 인력감축 관계 과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월 2일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데일리동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비스 혁신과 인건비 줄이기로 날렵한 대한항공을 만들고 있다. 임금 동결과 서비스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한 선대의 경험이 3세 시대 돌파구로 활용될 지 주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110여명이 희망퇴직한 2013년 이후 6년만이다.

대한항공 측은 언론을 통해 권고나 강제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감원 경향은 2일자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대한항공 인사와 직위체계 개편으로 회장 포함 임원 수가 기존 108명에서 79명으로 줄었다.

지난달부터는 희망자에 한해 최대 6개월 단기 무급휴직 제도를 실시했다. 9월부터는 국내 공항 일반석 카운터를 없애고 셀프 체크인(모바일·웹·공항 키오스크) 전용 수하물 위탁(백드롭) 카운터로 바꿨다.

◆비용절감·경영권 안정화 과제

대한항공의 ‘군살 줄이기’는 최근 조 회장의 발언으로 재확인됐다. 조 회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운송 주축인 대한항공과 이를 지원하는 항공 제작, 여행, 호텔 사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익 없는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내년 경제 불황을 예상한 조 회장은 비용절감을 구체적으로 보는 점도 내비쳤다. 당시 그가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을 언급한 이유는 경영권 안정 때문으로 풀이됐다.

한진 일가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 15.98%를 갖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그간 유튜브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한진그룹을 운송 전문 종합물류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조 회장의 선임 적법성을 문제삼아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조양호 회장 주식 상속 이후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에 달해 상황이 경영권 안정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이끄는 델타항공의 지분율은 10%에 이른다.

급한 과제는 영업이익 회복이다. 대한항공 3분기 영업이익은 1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3928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노선별 매출은 같은 기간 미국이 6%, 국내선 7%가 늘어난 반면 일본은 19% 줄어든 점도 부담이다. 7월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 냉전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관련 수익 하락이 장기화될 수 있다.

차입금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월 말 기준 대한항공 차입금은 16조5230억원으로 지난해 말 12조6732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707%에서 862%로 올랐다. 목표의 2배를 넘는 숫자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비전 2023’을 내고 2023년까지 차입금 11조원, 부채 비율 395%로 낮춘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한항공의 수익 개선 노력은 정보기술(IT)과 마케팅 접목으로 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일 카카오와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승객이 항공권을 찾는 순간부터 결제, 체크인, 탑승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모바일에 최적화 될 전망이다. 지난달 한진칼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으로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나섰다.

◆사업 구조조정 경험과 선대 사례의 조화 과제로
조 회장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지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고통분담으로 위기를 극복한 과거 사례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50년사’에 따르면 선대인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 대한항공은 IMF 외환위기 당시 희망자에 한해 인력을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 직원에 한해 임금 10%를 삭감했다. 보너스도 축소해 고용 안정을 유지했다. 1998년 5월에는 미주와 유럽, 동남아 지역 대상으로 한국 방문 에어텔(Airtel) 상품을 내 수익 확보에 나섰다. 항공과 호텔, 리무진 버스 연계로 교통과 숙박을 일시에 해결해 사업가와 외국인의 호응을 이끌었다. 노선 구조조정과 외화 수입 노력으로 그해 대한항공 해외지역 판매는 전년대비 13.5% 늘었다. 해외판매 점유비는 50%에서 67%로 올랐다. 해외 지역 수입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테러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되고 전세계 항공기 승객은 3분의 1로 급감했다. 2001년 대항항공은 명예퇴직과 무급, 희망퇴직과 인력충원 억제 등으로 1000명을 감원했다. 연월차 휴가 100% 실시와 임금 조정 등으로 연간 인건비 1500억원을 절감했다. 여객사업본부, 화물사업본부, 항공우주사업본부, 기내식사업본부, 호텔면세사업본부 등 5개 사업본부를 세워 책임경영 제도를 도입했다.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경영 체제 전반을 위한 개편이었다.

조원태 회장도 사업 구조조정을 이끈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이 2013년 인수한 체코항공 이사회 의장격인 감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부사장이던 그는 수시로 프라하를 오가며 비용 절감을 위한 사업 개편과 방만한 사업의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그 결과 인수 3년만인 2016년 1000만 유로(136억원) 순이익을 냈다. 이듬해에는 승객 수가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조 회장은 강제성 없는 인력 감소와 함께 경영 효율화로 내년 수익 개선을 노리는 모습이다. 선대 시절 대한항공이 구조조정을 차선의 차선책으로 둬온 만큼 본인도 쉬운 길만 택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가 추구하는 경영 효율화와 인력 감축 간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가 장기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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