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올해 한·미 통상점수 85점, 무역확장법 232조 유예 긍정 평가 ”

세 차례 한미 정상 회담 등 긍정적 이벤트 많아

한국 진출 미국 기업들 주52간제 등 규제 우려도

85점.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이 매긴 올해 양국 통상관계 점수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미·중 무역갈등, 주한 미국 주둔 비용 문제 등으로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후한 점수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 한·미 통상관계 긍정적으로 발전... 양국 경제 기여도 커져

하지만 지난 9일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김 회장은 "85점은 상당히 보수적인 평가”라며 양국 통상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해 세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협상 타결 등 양국 협력관계를 발전시킨 이벤트가 많았다”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범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십은 양국 협력관계 강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회장 등 암참 임원진은 지난 6월 올해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을 당시 직접 만나 주요 경제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암참은 한·미 FTA 개정안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스코어카드’를 지속적으로 갱신해 양국 정부의 정책점검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높은 점수를 준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암참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2016년 277억 달러에서 2017년 229억 달러, 지난해 179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6대 교역국, 미국은 한국의 2대 교역국”이라며 “지난해 양국 간 직접투자 금액이 1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상품무역과 서비스무역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167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19 도어녹’ 행사에 참석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에 적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며 내세운 논리이기도 하다. 암참 사절단의 도어녹 방문은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무역을 논의하는 주요 연례행사다.

최근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넘어 무역법 301조, 이른바 ‘슈퍼 301조’를 수입차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김 회장이 담담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슈퍼 301조는 불공정 무역국을 상대로 관세를 25%보다 높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김 회장은 “모든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다만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국에서 미국이 한국을 잠정 유예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참은 미국 정부와의 모든 모임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하고 모범적인 무역 파트너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이 공식적인 무역확장법 232조 제외국이 돼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 관계없는 CEO까지 잡아들이는 한국 규제 우려 표해

김 회장이 이보다 우려하고 있는 것은 국내의 규제 확대다. 그가 올해 한·미 통상 관계에 대해 더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한 배경이다.

김 회장은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소비자 및 인적 자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준수 비용(Compliance cost)이 높다고 호소하는 외국 투자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제의 일괄적 적용, 노동시장의 경직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이 좀 더 유연성 있게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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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포함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에 대해서 “CEO의 직접 관리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이들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에 대해 한국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간 충분한 소통과정이 있어야만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참은 올해 부족했던 한·미 통상관계의 ‘15점’을 채우기 위해 새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올해 전세계 미국상공회의소 중 처음으로 암참이 미국 상무부와 공식적인 합의각서를 체결해 지난 10월 암참 한국 중소기업센터(ABC)를 설립했다”며 “미국 내 전체 중소기업의 수가 3000만개를 넘어섰으나, 현재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2만 곳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국내 투자 유치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암참에 따르면 ABC에 가입한 기업들은 ‘메인(MAIN)’으로 불리는 4가지 분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마케팅(Marketing), 정책 제안(Advocacy), 정보(Information) 공유, 네트워킹(Networking) 등이다.

새해 취임 4년 차를 맞는 김 회장은 “2020년 암참 인사·노무 워크숍, 보건의료혁신세미나, 지속가능성세미나, 여성리더십포럼과 같은 연례행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폭넓은 기관 및 인사에 회원사들의 고충을 전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간의 무역 및 통상 확대·촉진을 위해 1953년 설립된 암참은 현재 800개 이상의 회원사와 협력사를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