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송 부회장은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을 이끌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원리더’로서 롯데의 거시적인 미래 비전을 이끌되, 송·황 부회장이 세부적으로 내치와 외치를 맡으며 신 회장을 보좌하는 식이다. 세 사람은 공교롭게 1955년생 동갑내기다.
신임 유통BU장에는 강희태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사장)가, 호텔·서비스BU장에는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기존 BU장의 거취다.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반면, 호텔서비스BU를 이끈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송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를 위한 핵심 작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향후 호텔 상장 관련 실무는 새로 BU장에 오른 ‘재무통’ 이봉철 사장이 맡겠지만, 송 부회장이 지주에서 상장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 부회장의 지주사 이동은 황각규 부회장에 대한 견제구로 읽힌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이은 ‘그룹 2인자’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2016년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시작으로 오너일가 경영비리 및 최순실 국정농단 혐의까지 받은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황 부회장은 그간 롯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에도 황 부회장은 신 회장과 공동대표로 임명돼, 대내외적으로 그 위상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끊어낸 신 회장은 그룹의 ‘원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4명 중 1명 꼴로 임원을 대폭 물갈이 하는 것도 그런 포석이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자신의 지근 거리에서 황 부회장을 견제할 또 다른 믿을 만한 ‘충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송용덕 부회장은 2015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때, 주요 경영진과 함께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해 신 회장의 깊은 신임을 얻었다. 당시 그를 공개 지지한 인물 중에는 물론 황각규 부회장도 있었다.
송 부회장은 2012년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은 뒤 2014년 부사장, 2015년 사장으로 거침없이 승진했다. 한국외대 출신에 영어만큼은 자신 있고, 사교성이 특출난 것으로 알려진 송 부회장은 그간 뛰어난 경영능력을 입증해왔다.
롯데호텔의 미국, 러시아,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내수시장에서도 4성급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과 라이프스타일 호텔 L7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성과를 냈다.
특히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을 해외 글로벌 면세점으로 변모시키는 데 송 부회장의 혜안이 더해졌다. 올해 1월 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7월 베트남 하노이공항점, 10월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 진출하며 2020년 해외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둔 상태다. 여기다 최근엔 국정농단 논란으로 재차 특허 취소 위기에 놓인 롯데월드타워점을 수성하는 뚝심도 보였다.
이처럼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해온 송 부회장을 신동빈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쉽사리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롯데 내부의 분석이다. 신임이 두터운 송 부회장과 자신을 위기에서 챙겨온 황 부회장 두 사람을 ‘투톱’으로 내세워, 2020년을 ‘신동빈 원 리더 경영 원년’으로 삼으려는 복안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송용덕 부회장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기면 황각규 부회장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며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 의식과 충심으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면 호텔롯데 상장 등 뉴롯데 작업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인사 공식 발표 전까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송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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