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2019년의 '희망고문' 극복할 플랜B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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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9-12-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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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필자는 2019년 한 해를 결산하는 적절한 단어로 '희망고문'을 감히 택하고 싶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거짓된 희망은 상대를 오히려 고통스럽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한해가 저무는 끝자락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남북한공동체 건설이라는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복잡한 셈법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중 간의 전략적 패권경쟁을 살펴보자, 미·중 간에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패권경쟁은 복합적 경제전쟁으로 비화되어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변했다.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질서개편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젠 미·중관계라는 독립변수에 영향을 받는 남북관계의 종속변수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 현안은 북한의 체제안정 보장 요구와 핵무기 보유 문제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운명을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 충돌로 인한 안보상의 희망고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사드배치 이후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중거리 미사일 한국배치 논의를 강하게 반대하며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한·미동맹 구조 하에서 중국 압박을 위해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균열과 재조정, 한반도의 전략무기 재배치, 중국의 한반도문제 개입 노골화 등 여러 가지 과제와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돌려받을 것인가에 대한 플랜B를 마련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셋째는 북한의 새로운 셈법으로 이는 한반도를 강타하는 메가톤급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대미 및 대남 메시지는 강경해지고 있다. 올해 2월 북·미 간 하노이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이후 4월 블라디보스토크 북·러정상회담,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과 북·미 판문점 3자 회동 등이 희망의 불씨를 키웠으나 10월 스톡홀름 북·미협상이 결렬되자 남·북·미 간의  대화 모멘텀은 사라졌다. 북한은 ‘새로운 길’로 나서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북한의 속내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체제안정보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배제하고 중‧러 관계를 중심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달  중순 유엔 안보리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의 일부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고 한국이 이에 동조한 것은 '새로운 길'로 나서는 북한을 달래기 위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힘입어 트럼프의 강압 외교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에 이어 11월 랴오닝성 당서기의 평양방문 후 4개항 합의(인적 및 무역왕래, 농업교류, 민생협력, 관광협력), 북한이 러시아와 철도·도로·해상운송협력 의정서를 체결(11·14)한 것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북핵 협상 ‘연내 시한’ 관련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 운송협력 의정서를 체결한 것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북한을 경유해 한국과 연결시켜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리의 플랜B는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속셈을 고려해야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반도 주변국들은 주요 현안에 대해 ‘현상유지적 상황관리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모습으로 우리의 플랜B는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 그 자체가 우리에겐 평화의 메시지였고, 모두들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한반도에서 당분간 이와 동일한 극적인 변화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간의 극적인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고, 남북한 간의 평화의 메시지도 사라질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이용해서 북한을 지지하게 만든 후 당분간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현상유지를 통해 사태 발전을 관망하면서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4월 총선, 7월 일본의 도쿄 하계올림픽, 11월 미국의 대선 등 커다란 이슈들이 도래하기에 일단은 무리한 행동을 자제하고 지켜보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명시화하는 중장기적인 새로운 셈법을 구상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핵보유 용인을 이끌어 내면서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전력투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셈법은 무엇인가. 올해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지만 올해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할 당시만 해도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간 경제공동체 구축 등에 대한 희망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희망이 고문으로 변하고 있다.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이제 우리의 마지막 남은 카드는 북한의 경제개방을 향한 우리의 승부수이다. 대북제재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현 정권 출범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대담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의 일부해제 요구라는 합의를 어느 정도 이루었기 때문에 이제 미국과 중국을 서로 이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어함) 전략을 통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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