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주경제 10대 뉴스-IT(유료방송)] 미디어빅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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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12-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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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료방송 시장은 '미디어 빅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외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가 연달아 출범하며 미디어 시청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유료방송 사업의 가입자 기반 확대를 위해 케이블방송사업자와 M&A를 추진 중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이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OTT 시장에 미디어·IT 강자들이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토종 OTT '웨이브'가 출범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사실상 일몰이 확정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모두 교체되기도 했다. 방송시장 규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두 부처는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했다.

◆'3위의 도전'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IPTV(인터넷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사업자 중 1위인 CJ헬로를 인수했다. 지난 2월 CJ헬로 인수를 선언한 지 10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이동통신사업자 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시작됐다.

CJ헬로는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LG헬로비전'으로 변경했다. 이사회는 송구영 전 LG유플러스 홈미디어부문장을 신임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날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대주주인 CJ ENM으로부터 50%+1주를 8000억원에 매입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와 CJ헬로를 합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4.72%로 KT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향후 5년 동안 콘텐츠 개발과 네트워크 강화, 지역채널 투자 등에 총 3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엔 성공한다… SK텔레콤, 티브로드 합병 나서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CJ헬로비전 인수 실패의 아픈 경험을 딛고 케이블업계 2위인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IPTV 사업을 맡은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의 대주주인 태광산업과 지분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와 같은 날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으며 과기정통부 심사와 방통위의 사전동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정부부처의 심사가 다소 지연되면서 합병기일을 2020년 4월 1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향후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혁신적인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모회사 태광산업은 합병 후 FI(재무적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발목 잡힌 KT, 속타는 딜라이브

유료방송 업계 점유율 1위인 KT는 경쟁사가 케이블 사업자와 M&A를 추진하는 동안 합산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한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와 합쳐 31.31%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합산규제는 지난 2018년 6월 일몰됐다. 그러나 유료방송 시장을 규제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도입을 포함해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KT의 가장 유력한 M&A 대상이었던 딜라이브도 고민에 빠졌다. 딜라이브는 현재 채권단이 주인으로, 매각을 추진해야하는 입장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지난 7월 채권 만기를 연장했으며, 내년 초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방통위, 유료방송 거버넌스 논란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 또는 사후규제의 강도를 두고 정부부처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방송시장 진흥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와 시장을 규제하는 방통위 간에 유료방송 사후규제에 관한 의견이 합의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양 부처는 국회에 유료방송 사후규제안을 각각 제출하기도 했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은 사임을 표하는 자리에서 방송시장 정책을 2개 부서가 담당해 효율성을 상실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에 정부도 효율성 측면에서 일원화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난 11월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양 부처의 논의사항은 정부 최종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옥수수+푹' 토종 OTT 웨이브 탄생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이 결합해 '웨이브(WAVVE)'로 재탄생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 측은 오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고, 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확정지었다. 출범과 함께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 투자했으며 VOD를 독점 공급했다.

또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웨이브를 중심으로 아시아 콘텐츠 연합 플랫폼을 제안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웨이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디즈니 플러스 출시… 글로벌 OTT가 몰려온다

넷플릭스가 1위를 독주하던 스트리밍 시장에 콘텐츠 강자 디즈니가 뛰어들었다.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11월 12일 정식 출시 후 24시간 만에 1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OTT 시장에는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제작사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인 AT&T, IT기업인 애플도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11월 디즈니에 앞서 '애플TV+'를 공개했다. AT&T도 자회사를 통해 HBO맥스를 공개한다.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보유한 NBC유니버설의 '피콕'도 내년 출시를 앞뒀다.

◆OTT, 규제 논란… "규제 필요" VS "산업 성장 먼저"

OTT를 기존의 규제 체계로 편입시킬 것이냐를 두고 학계와 산업계가 활발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법 체계가 미비해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TT 사업자를 기존 방송법 체계에서 포괄하도록 하는 '통합방송법'을 발의했다. 법에 따르면 OTT 사업자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부과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또한 "OTT가 기존 법 체계 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면 산업 진흥 효과가 더뎌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OTT가 이제 막 활성화되는 단계에서 과도하게 규제를 하기 보다는 발전 상황에 따라 사업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종합편성채널, 의무송출 폐지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의무편성 채널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제외된다.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편 4개사는 2011년 개국 후 유료방송 사업자의 채널 구성에서 의무로 포함돼야 하는 의무송출채널로 분류됐다.

의무송출 폐지는 종편이 시청점유율, 방송사업매출, 광고매출과 같은 여러 지표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2012년 대비 2019년 종편의 시청점유율은 약 3배, 방송사업 매출은 약 3.5배 증가했다.

다만 의무송출 채널에서 제외됐어도 종편 콘텐츠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채널에서 제외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못채운 방통위원장… 한상혁 위원장으로 교체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지난 7월 임기를 모두 채우기 전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2020년 8월까지였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과 달리 3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다. 이는 언론기관을 규제하고 재허가·재승인하는 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이 전 위원장의 중도 사퇴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방통위가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 기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의 후임으로 한상혁 변호사가 선임돼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4기 방통위를 이끌고 있다. 

한편 고삼석 상임위원 또한 임기를 5개월여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고 위원의 후임으로 김창룡 인제대 교수가 선임됐다.

◆지상파와 대비된 CJ헬로 고성산불 보도

CJ헬로는 지난 4월 고성 산불 재난방송 특보를 편성해 지역 케이블방송의 존재 의의를 보여줬다.

강원지역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는 방송사 중 가장 빠르게 특보 체제로 전환해 46시간 동안 재난방송을 이어갔다. CJ헬로는 단순히 상황을 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피 요령과 향후 대책까지 전달했으며 대피한 이재민들도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도록 SNS 채널을 이용해 재난방송을 진행했다.

CJ헬로의 대응은 지역 케이블 방송의 존재 의의와 책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 재난방송 주관사인 지상파에는 산불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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