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CJ그룹은 지난 10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경영방침을 틀었다. 외형 성장 보다는 수익성 및 현금흐름 개선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실적악화와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2조원을 들여 미국 최대 냉동식품 회사 '쉬안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차입금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M&A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7조2000억원 규모였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올해 3분기 9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130억원(CJ대한통운 제외)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16.1% 줄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재배치가 한창이다. 수익성이 낮은 SKU(품목 수) 감축에 나서 상반기 5000개에 달했던 SKU는 지난달 말 기준 4000개 선으로 줄었다. 고급 식당을 운영하는 파인다이닝(FD) 사업부도 확장 계획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부서 재배치 등 인력 조정이 진행됐고, 일부 직원은 회사를 떠났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달에만 가양동 부지, 구로동 공장 부지, CJ인재원을 매각해 약 1조33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룹 지주사도 400여명에 달하는 인력 가운데 절반 규모를 주요 계열사로 재배치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CJ그룹의 임원인사도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CJ그룹은 대체로 11월을 전후해 임원 인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도 인사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고위 임원에 대한 대대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26일 그룹 임원인사와 관련해 "빠르면 올해 안에는 발표해 새해를 맞이하겠다"고 밝혔다고 머니투데이가 보도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듯, 새해는 새로운 인사와 함께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비상(非常)경영을 마무리 짓고 올해 이루지 못했던 CJ그룹의 '비상'(飛上)을 다시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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