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한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현재를 긴급한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는 동시에 고객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따른 변화도 외쳤다. 신 회장은 “기존 사업구조는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비상이 일상이 됐다고 언급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디지털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변화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각 사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 전환 전략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들은 위기 속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도 외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말콤 글래드웰이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글을 인용했다.
정 부회장은 “고추냉이는 엄청나게 쓴 채소다. 하지만 고추냉이 속 벌레에게는 이보다 달콤한 세상이 없다. 아는 게 고추냉이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오랜 성공 틀에서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면 모든 것을 현재 조건에 맞게 최적화해 이 과정에서 고객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고 짚었다.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달라고까지 당부했다.
2020년 맞아 새로운 미래도 이야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혁신성장으로 전환은 향후 본격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핵심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강화를 비롯해 신기술 개발, 인재 확보를 통해 도전적인 초격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자”고 밝혔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변화를 즐기자(Exciting Changes)’를 제시하며 임직원에게 새로운 도전에 함께 나서자고 당부했다. 서 회장은 “회사 미래는 우리 성장에 달렸다”면서 “연구·생산·영업·마케팅·지원 등이 모두 함께 기민하게 변화와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려면 기존 글로벌 사업 전개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주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세계적 명품 브랜드 육성과 생활용품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음료 브랜드 시장 우위 강화, 미래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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