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NSC 상임위원회 긴급 회의를 개최하면서 "안보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며 성윤모 산업부 장관의 참석을 지시했다. NSC 상임위는 통상 목요일 오후에 열리지만, 미국이 지난 3일 이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위기가 고조되자 이날 긴급 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특히 산업부 장관이 NSC 상임위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으로, 원유수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 반영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란에만 국한된다면 국내 원유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S-OIL(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5월부터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18년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제로(0)화 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지나는 길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 수준인데, 이 가운데 97%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국내 원유수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변수인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다.
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 호재로 받아들이지만,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상황은 반기지 않는다. 정유업계 수익성이 개선되려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데, 유가가 급변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수요가 뒷받침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습 당시 원유수급 우려가 높아지고 국제유가도 급등했지만 영향이 일주일 남짓한 사이에 그친 바 있다. 이 같은 학습효과로 인해 정유업계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일정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원유도입선 다변화 전략에 따라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5% 올라 배럴당 64.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같은 기간 3.55% 상승한 배럴당 6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KB증권 측은 "향후 이란 원유생산 설비 공격 시 단기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10%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국내 증시에서 정유주(株)인 SK이노베이션은 1.00%, S-OIL은 0.11% 각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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