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2위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이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들은 두 기업의 결합이 사실상 ‘독과점’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배달의민족 측은 합병이 생존과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길이며 스타트업의 ‘혁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로 1위다. 이어 요기요 33.5%, 배달통 10.8%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한 DH가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한다면 사실상 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셈이다.
◇을지로위·소상공인·배달노동자 “독과점, 불 보듯 뻔해”
이번 합병을 지켜보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들은 특정 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신생 경쟁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두 기업이 합병된다면 독과점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소비자·음식점·배달 노동자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배달의민족이 이번 합병을 통해 라이더(배달기사)와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으로 유통과정이 한 단계 추가돼 수수료·광고료 부담에 고통 받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1개 기업이 독점하게 된다면 각종 수수료 횡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라이더유니온 등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은 산업·구조적 측면과 구성원들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해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민 “DH와 합병, 요기요와 결합 아냐…국내 경쟁 계속”
반면 배달의민족 측은 “DH와의 합병이고 한국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결합은 없다”고 반박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지속해 외식업 소상인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기업 본분을 다하면서 공정위 판단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달 직원들과 대화에서 “대부분의 IT 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급속한 성장에 따라 업체가 많아지고 합병이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국내 시장 성장에 만족한다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 합병을 두고 독과점이라고 보는 주장과 혁신이라는 목소리가 상충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도 깊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결정이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혁신을 막기도 한다”며 “앞으로 양면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배달의민족과 타다를 두고 혁신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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