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듣는 형식에는 제한이 없다. 중용하고 싶은 사람을 하나씩 거명해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구체적인 보직까지 거론하면서 의견을 물을 수 있다. 일명 ‘인사배치표’라고 해서 전국의 검사들의 이름과 보직을 표로 그린 뒤에 의견을 물어 볼 수도 있다.
반면, 그냥 “이번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 볼 수도 있다. 과거 어떤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꼭 데리고 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해 보라”라고 할 수도 있고,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맘대로 하겠다’며 그냥 의견을 듣는 것에만 의미를 둘 수도 있다.
그게 검찰총장이 가진 의견제시권이다. 총장의 의견을 안들으면 안되지만 일단 들었다면 반영을 하든 말든, 어떤 형식으로 듣던 상관없다.
그 기간이 어느 정도 되야한다는 것도 정해진 바 없다. 그냥 의견제시권을 유명무실화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 아니면 된다.
딱 거기까지다. 그냥 의견만 들으면 될 뿐이지 실질적 의미는 없다. 의견을 따를 이유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같은 장관급 직위라고 해도 엄연히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하급자인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해야할 이유도 없다.
당연히 “인사안을 미리 보내지 않으면 의견제시를 할 수 없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솔직히 말해 장관이 그렇게 신경을 써주면 고마운 것일 뿐 안해 준다고 해서 뭐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과거 관례는 안그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관례일 뿐 반드시 이번에도 관례대로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라 과거 관례가 항상 밥상차려 대령하듯 인사안을 미리 마련해 총장에게 바쳤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떼를 쓰다 그 나마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잃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윤석열 총장도 그 점을 모르지 않을 것 같다. 의견제시권이라는 것에 실질적 의미가 없다는 것도 모를 리가 없다. 떼를 써봤자 얻을 것이 없다는 것도 모를 수 없다.
그래서 윤 총장의 몽니가 더 무섭다. 단지 자기 사람을 지켜보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목적은 따로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쩜 윤 총장의 목표는 검사장 몇 자리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진짜 원하는 건 무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