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그룹들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궁지에 몰린 탓도 있다. 주주가 기업 주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 의사결정이 곧 지배구조이며 핵심은 이사회 구성과 구성원들이다.
지배구조 측면 2019년 한 해를 떠들석하게 만든 곳은 바로 한진그룹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탓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는 한진칼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 대한 총수일가 경영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에어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고 제재(항공법 위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관련 안건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비율을 높여 총수 일가 입김을 배제하는 등 추가 개선안을 요구 중이다.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경영 관련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자 그대로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다. 대주주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해야 하는 만큼 독립성이 중요하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구성된다. 만약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중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다면 독립성을 일부 훼손하는 처사다. 지난해 11월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각각 그룹 지주사, 핵심 자회사인 만큼 시장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조원태 회장은 사추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석태수 대표이사는 전 대한항공 부회장직에서 내려왔지만 한진칼 내 직위는 유지한 것이다. 여전히 사외이사 구성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강성부펀드(KCGI)와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완벽히 갖추진 못한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선안을 보면 대한항공 사추위 위원장은 정진수 사외이사가 담당하지만 우기홍 사장이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사추위는 과반수 사외이사 구성(75%, 상법 제542조의8 제4항)이라는 법적 조건은 충족하고 있다.
개선안 핵심은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위원회가 결의한 사항에 대해 재결의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위원회 결정을 이사회에서 뒤엎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사외이사 독립성이 충족되더라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100% 확보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안은 절박한 상황에서 내놓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배구조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갖추더라도 위원회 결정을 이사회가 다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진정성있는 개선안을 내놓고 투자자와 협력해 경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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