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 참석했다.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점검하고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분야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CES에 공식 참가했다. 에너지, 건설기계,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래를 제시했다. 에너지·중공업그룹이지만 CES에 참가하면서 산업이 융합되고 있음을 스스로 알린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박정원 회장이 있다. 그간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동시에 연료전지, 협동로봇, 전자소재 등 신사업을 성과로 연결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디지털 전환이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을 대표하는 기술을 활용해 기업 운영방식과 서비스를 개선·혁신하는 것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16년 취임 후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 두산밥캣이 선전했지만 두산건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두산그룹 역사를 돌아보면 박정원 회장은 최악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았다. 신성장 사업에 집중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가운데 미래 먹거리 확보도 등한시 하지 않았다. 다만 신사업 부문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 창출에 신경써야 한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14년 연료전지 사업과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는 등 그룹 성장동력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연료전지 사업은 지속하고 있지만 면세점 사업은 철수했다.
2009년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으로 지휘봉을 맡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은 극복하지 못했다.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후 결국 두산건설 상장폐지를 결정한 점은 ‘아픈 손가락’이다. 도전장을 낸 수입차 사업도 부진한 성과를 거두면서 결국 철수했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정원 회장 주도로 추진한 사업은 초기 대부분 긍정적 성과를 냈지만 이후 실적 부진을 겪은 곳도 다수다.
지속가능경영 자체는 쉽지 않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현재 물러날 곳도 없다.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되면서 자금조달 형편도 녹록지 않다. 박정원 회장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신사업 부문 전망도 밝다. 결국 긍정적 전망을 현실화 시키고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직접 CES를 찾아 기술 동향을 살피는 모습은 디지털 ‘현장’ 경영을 통한 그룹 발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악 상황에서 그룹 부활을 이끈 주역이 될지, 두산그룹을 역사속에 가둘지 여부는 박정원 회장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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