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노골적으로 남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도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에는 반응할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가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한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꺼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주로 금강산 이산가족상봉면회소, 화상상봉 및 영상 편지 교환 등으로 이뤄졌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에 세워진 금강산 내 이산가족면회소는 정부가 소유하고,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시설로 철거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북제재 예외 인정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과 결합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범위에서 벗어나는 개별관광을 이산가족 상봉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고향 방문’ 행사를 개별관광의 한 형태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구상은 이미 지난해 12월 31일 통일부가 발표한 ‘제3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 촉진 기본계획(2020~2022)’에서 언급된 바 있다.
통일부는 새해부터 제3국에서 이뤄지는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해 △민간교류경비 증액 △기존 이산가족 교류자 대상 재정 지원 확대 △민간단체 역량 강화 등의 방안도 내놨다.
이와 관련 정부가 과거 제3국에서 이뤄지는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를 몇 차례 지원한 적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교류 방식으로 확정되지 않아 지원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고향 방문은 (남북 간) 교류 방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현재는 지원 제도가 명확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조금씩 더 확충하려 오래전부터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곧 정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개별관광’ 가능할까…역시 문제는 北의 ‘반응’
정부의 ‘이산가족 개별관광’은 인도적 과제 해결과 ‘개별관광’이 대북제재의 틀을 우회한다는 판단 아래에서 시작된 듯하다. 미국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교류를 위한 개별관광 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이산가족 개별관광’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해당 사업의 추진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개별관광’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북한당국의 신변안전보장 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른바 ‘비자방북’ 승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당국이 발행한 초청장과 비자를 모두 소지하는 것을 ‘신변안전보장조치’로 보고 한국인의 제3국을 통한 방북을 승인했었다. 그러나 ‘비자방북’은 북측의 초청장 없이 ‘비자발급’ 만을 신변안전보장조치로 판단하고, 북한 방문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비자방북은) 신변안전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좀 더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한이 열쇠를 갖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인의 개별관광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또 제3국을 통한 방북 비자도 북측의 초청장을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제출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결국 북한이 ‘초청장 제출 후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한국인의 신변안전을 보장해줘야만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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