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삼성 준법委 실효성 보겠다”...‘이재용 봐주기’ 논란에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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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1-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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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준영 재판장 “위원회 점검할 전문 심리위원 선정해라” 주문

  • 특검 “준법위를 양형 사유로 본다” 반발…내달 15일 5차 공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17일 오후 자신의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활동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에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자 특검이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이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을 열고 다음 달 출범을 앞둔 준법위 실효성을 판단할 전문 심리위원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은 불출석 의사를 밝힌 손경식 CJ 회장 증인 철회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증인 채택에 대한 변호인단과 특검 측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 요청에 따라 손 회장 출석을 철회했다. 변호인은 대신 손 회장 관련 증언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 특검은 손 회장 불출석 사유가 일본 출장인 점을 들어 재소환 입장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검이 내세운 삼성 경영승계 현안 관련 증거 역시 채택되지 않았다.

재판 형평성에 대한 특검 불만은 준법위 독립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 측 발표 직후 터져나왔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은 준법위 독립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순실(현재 최서원)씨 딸 정유라씨 승마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처럼 대외 후원금이 10억원을 넘길 경우 준법위 감시와 의견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준법의무 위반자는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을, 우수 준수자는 포상과 승진에 유리한 구조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특검은 준법위 출범을 지난해 10월 정준영 부장판사가 언급한 ‘미국식 준법감시’에 대한 대답이라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지배구조 개편 없이 준법위만 도입할 경우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보탰다. 특검은 “대상과 조직이 삼성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게 돼 있는 조직이 얼마나 강력하게 ‘노(No·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정 부장판사가 재판 첫날부터 이 부회장에게 재벌체제 혁신과 개선을 요구한 점을 들어 준법위가 어떤 양형 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지기도 했다. 특검은 “항간에는 준법위 도입에 따른 일련의 진행이 ‘이재용 봐주기’ 명분이 아니냐, 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면도 있다고 한다”며 “재판부가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압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준법위 실효성을 점검하는 전문 심리위원 3명을 뽑아 운영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 279조의 2에 따르면 법원은 직권으로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 신청으로 전문심리위원을 소송 정차에 참여시킬 수 있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 후보로 정하고 이달 말까지 관련 의견과 나머지 후보 추천을 받기로 했다. 다음달 14일 5차 공판은 공판준비기일로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준법위에 대한 변호인 의견 진술과 전문심리위원 등에 대해 사건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특검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준법감시제도와 준법위를 재판장님은 양형 사유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재판부 준법위 구성에 협조하지 않겠다.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따져 물었다.

앞서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5일 첫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재발 방지와 이건희 회장 같은 기업혁신을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해둔다"고 말했다.

특검은 공판준비기일 날짜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재판부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이 부회장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 재판에선 삼성 지배구조 관련 증인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지배구조개선 전문가로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이날 철회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이 신청한 또 다른 전문가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특검을 지지하는 인터뷰를 했다며 “오염된 증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 교수에 대한 증거 유출 가능성도 거론해 특검 반발을 샀다.

재판부는 두 교수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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