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훈 기자의 해외주식 '톡'] 홍콩시위와 KKR, 그리고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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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20-01-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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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

올해 50회를 맞은 다보스포럼은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을 의제로 설정했다. 주주 우선주의를 신봉했던 자본주의에 종언이 다가왔음을 다보스포럼이 다시 한 번 선포하는 자리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한 마디로 기업이 종업원과 고객, 지역사회까지 고려해 영업하고 이익을 창출하라는 뜻이다. 주주 이익 극대화를 외쳤던 주주 자본주의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는 오래된 개념이지만, 여전히 다하지 못한 숙제다. 최근에는 한국 경영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화두가 되고 있다. 개별 기업보다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슈는 홍콩의 시위였다. 홍콩 이야기를 꺼낸 건 ESG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며 지난해 여름부터 8개월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머리 위로는 보기만 해도 매캐한 냄새가 풍기는 최루탄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시위대에 쏜 최루탄만 1만6000발이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최루탄에 들어가는 최루가스(Tear gas)를 미국이 공급한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 ‘사파리랜드(Safari land)’가 만든 최루가스는 푸에르토리코, 터키 등에서도 쓰였다.

이 기업은 자산규모 230조원의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연관돼 있다. KKR은 사파리랜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금 대출 등도 하고 있다. ESG에 앞장선다는 글로벌기업 KKR조차도 이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루가스를 맞은 사람은 단순 통증뿐 아니라 폐질환과 복통 등을 호소한다. 이를 알고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국민연금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KKR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북미 미드스트림에 투자한 KKR 인프라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최루가스를 만드는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ESG 투자를 표방한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낸 세금이 홍콩 최루가스 기업에 들어가는 걸 좋아할 국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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