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서 '플라스틱과의 전쟁' 선포...비닐봉지 퇴출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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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1-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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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소매점서 비닐봉지 퇴출...헝겊으로 만든 쇼핑백 유상 판매

  • 자카르타, 올 7월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노점상도 예외 없이 적용

  • 방글라데시 법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방안 도입하라"...정부에 일침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빨대부터 비닐봉지 등 각종 플라스틱이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썩지 않아 전 세계가 플라스틱에 포위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전체 가운데 약 12%는 소각되고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에 불과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에 의한 세계 해양 생태계의 경제적 손실은 매년 최소 130억 달러(15조원)에 달한다.

환경 적신호를 감지한 세계 각국은 새해부터 일회용품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정부가 앞장 서 각종 규제와 정책 등을 내놓고 있다. 

◆태국 소매점서 비닐봉지 퇴출...헝겊으로 만든 쇼핑백 유상 판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대국'이라고 불리는 태국. 새해 첫날부터 시민들에게 재사용이 가능한 쇼핑백을 무료로 배포하며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비닐봉지를 퇴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태국 천연자원환경부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10년 안에 현지 생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활용 비율을 100%로 높인다는 목표를 잡는다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와라웃 실빠 아차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은 TV 프로그램에 일회용 비닐봉지가 나올 경우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이를 편집하거나 흐리게(블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담배나 술, 폭력적·선정적 장면에 적용하는 TV 검열 기준을 비닐봉지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이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도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1일부터 태국 내 대형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서는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더는 제공하지 않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CALL Pcl사를 비롯해 탑스(Tops) 슈퍼마켓, 편의점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센트럴그룹도 새해부터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소매점들은 헝겊으로 만든 쇼핑백을 3밧(약 117원)~19밧에 판매한다.

태국 시민들은 '비닐봉지 퇴출 정책'을 즐기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양동이나 냄비, 대나무 바구니 등을 가지고 편의점, 마트를 찾는 사람들의 사진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내세운 '비닐봉지 줄이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태국은 하루에 전국에서 소비되는 비닐봉지가 무려 5억개에 달할 정도로 '비닐봉지 대국'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매년 비닐봉지 약 750억장이 배출된다. 태국 매체인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와라웃 실빠 아차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은 "태국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비닐봉지 쓰레기양이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국가"라고 말했다. 이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 물병과 비닐봉지다. 
 

[사진=EPA·연합뉴스]


◆자카르타, 올 7월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노점상도 예외 없이 적용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오는 7월부터 마트 등 상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다.

지난해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 가방을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에 서명했다. 업주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담아줄 때 종이, 천, 잎 등을 이용해 재활용 가능한 가방을 제공해야 한다. 마트와 쇼핑몰은 물론 노상 점포들도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 위반 시 서면경고부터 벌금 부과, 영업정지와 취소까지 제재가 따른다.

앞서 지난 2018년 와얀 코스테르 발리 주지사는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플라스틱 빨대 등 3가지 제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규제안에 서명했다. 당시 코스테르 주지사는 "이번 조치로 해양 쓰레기가 1년 이내에 70% 이상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리에 앞서 자바섬의 보고르와 보르네오섬의 반자르마신 지방 정부도 상점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에서는 '플라스틱 버스' 노선을 운영 중이다. 플라스틱병과 컵을 가져오면 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다. 플라스틱병 큰 거 3개나 작은 거 5개, 또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10개를 가져오면 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다. 단 플라스틱병과 컵은 구겨지거나 오물이 묻어있으면 안된다. 매주 1만6000명의 승객이 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한 달이면 거의 6t 분량의 플라스틱병과 컵이 수거된다. 

수라바야 교통 담당자인 프랑키 유아누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교통 혼잡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하천.[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법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방안 도입하라"...정부에 일침

방글라데시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퇴출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인구 1억7000만명의 방글라데시는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매일 약 30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는 플라스틱 가운데 36%는 재활용되지만 4분의 1 이상은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진다.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쌓였고, 배수 시설도 자주 막혀 우기에는 도심이 쉽게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개나 염소 등 동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으면서 생태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은 내년까지 빨대, 면봉, 식품 포장 용기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방안을 강력하게 도입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법원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환경과 건강에 매우 해롭다"며 "해변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호텔, 식당 등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게 하라"고 말했다.

특히 법원은 비닐봉지, 병, 필름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앞서 지난 2002년 방글라데시는 얇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면서 동남아 지역 중 가장 먼저 친환경 움직임을 시작했다. 얇은 비닐봉지가 홍수 때 배수로를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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