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유령주'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삼성증권을 위기에서 도약으로 이끈 장석훈 사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고는 지난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을 지급한 112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 사고였다.
이 사고로 삼성증권은 신규고객 모집 금지,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 금지, 한국거래소의 회원제재금 부과 등 제재를 받았다. 당시 삼성증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객들의 불편과 주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후수습이었다. 잘못된 과거를 일신하고, 고객의 신뢰를 다시 쌓는 일도 시급했다.
장 사장은 2018년 7월 구성훈 전 사장의 후임으로 직무대행을 맡아 사후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우선 배당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그는 이번 사고가 '원'을 '주'로 잘못 입력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우리사주 배당과 일반배당을 분리했다. 또 내부 검증단을 구성해 전체 전산시스템에 대한 이중·삼중의 감시체계도 마련했다.
장 사장은 '고객 속으로'라는 모토 아래 고객의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애널리스트들을 현장으로 내보내 고객을 직접 찾도록 했고, 대고객 투자설명회 등도 개최해 고객과의 눈높이 행사로 접점을 넓혔다. 또 삼성증권의 강점인 VVIP영업을 강화해 초우량 고객들이 해외투자로 눈 돌리게 하고, 일반 고객(Mass) 대상으로는 디지털 자산관리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 비대면 시장을 선점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고령층과 청소년, 비대면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교육 제공에 전사적으로 나섰다.
장 사장은 현장 직원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고객중심경영 리더' 제도와 고객이 직접참여 하는 '고객자문단' 등을 도입해 금융소비자보호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장 사장은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여줬다. 실적으로 보면 삼성증권의 지난해 3분기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844억6960만 원으로 장석훈 사장 취임 전에 비해 44% 증가했다. 특히 그는 IB(기업금융)과 WM(자산관리) 부문의 균형성장을 추구하면서 각 영업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뽑아냈다.
장 사장은 올해 초 인사에서 직무대행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식 승진했다.
장 사장은 인사와 재무 분야가 강점인 정통 삼성맨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1995년 삼성증권 기획팀으로 시작해 관리, 인사, 기획, 상품개발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삼성화재로 옮겨 삼성그룹의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맡았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2004년 삼성그룹 내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범된 조직으로, 2015년 말 미래전략실 소속 정식 팀으로 편입돼 금융계열사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금융일류화추진팀에 선출됐다가 미래전략실 팀원으로 선출된 '재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 사장은 2018년 2월 삼성그룹이 ‘금융 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삼성증권으로 돌아왔다. 삼성증권으로 돌아온 지 2개월 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터진 것이다. 직무대행을 맡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장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과 경영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전국의 직원들을 찾아가 질문과 건의사항 등을 받아 직접 답변하는 활동을 반기별로 진행하고 있다. 또 시무식을 직원과의 토크쇼형식으로 진행하는 등 조직 안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장 사장은 올해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삼성증권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의 자금조달구조, 유동성의 지속적 약화가 반영됐다.
무디스는 “중위험 투자상품에 관한 리테일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에 따라 최근 수년 동안 삼성증권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확대되면서 자금조달구조와 유동성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장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이다. 올해 삼성증권의 안정화와 신용등급 상승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