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코스피·코스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53조9804억원에 이르렀다.
이날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466조831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이달 23일 종가 기준(1512조6291억원)보다 46조5460억원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240조4631억원으로 지난 23일(247조8975억원)보다 7조4344억원 줄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나 급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11일(98.94포인트·4.44%) 이후 15개월여만에 최고 하락률이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0.87%(3.04%) 급락한 664.70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3.02포인트(19.74%) 오른 18.32로 마감했다. VKOSPI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전 세계에 공포감이 퍼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국내에서는 4번째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포심리는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 중국·홍콩 등지를 휩쓴 사스 사태와 최소 동급 또는 그 이상이라고 분석하고 경제와 금융시장에 단기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의 경우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신종 코로나는 작년 12월 3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000명을 넘기는 데 2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확산 속도가 사스 당시에 비해 빠르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사스 당시보다 투명하게 대처하고 있어 전파력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최소한 사스와 유사한 강도로 봐도 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우한폐렴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스 사태 수준이거나 그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 때는 소비 전반의 부진으로 2003년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9.1%로 전분기(11.1%)보다 떨어졌다가 사태가 진정된 3분기부터 다시 회복했다"며 올해 1분기 중국 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이 5%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분기에 중국 내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스사태에 비춰봤을 때 이번 사태가 증시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관건은 공포감이 얼마나 빨리 진정될 지이며, 이는 중국 내 확진자 수가 언제 정점을 찍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향후 1~2주간 신종 코로나 확산 또는 진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스 사태 당시 세계 주가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첫 번째 글로벌 경보를 발령한 3월 중순에 약 10% 하락했고 이후 확산 속도가 빨라진 3월 말에 추가로 5% 정도 하락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다중이용시설 폐쇄 및 여행 제한으로 세계 경제에 단기적 영향은 있지만, 장기적인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세계 투자자들이 판단했던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의 금융시장 영향도 사스 때와 비슷해 전염 확산이 진정되면 증시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연구원은 "사스 발병 당시에는 증시가 과매도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과매수 국면"이라며 "당분간은 조급하기보다는 과매수 해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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