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함께 2020년 주류시장 전쟁도 막이 올랐다. 주류 산업은 2008년을 정점으로 소비가 정체되고 있다. 업체 간 ‘1%’ 점유율 싸움이 심화한 상황에서, 올해는 특히 가격경쟁과 마케팅 전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맥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테라’가 오비맥주 ‘카스’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하이트진로가 맥주 점유율을 현재 3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 맥주 브랜드를 아예 하이트에서 ‘테라’로 교체하고, 서울·경기 수도권 탈환에 온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수도권 영역은 주류시장에서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도권 1등, 전국 제패···하이트진로 ‘테라’ 약진
과거 맥주시장에서는 점유율 대역전극을 이룬 사례가 두번 있었다. 1993년 ‘하이트’, 2008년 ‘카스’다.
1993년 조선맥주회사는 하이트맥주 출시 후 3년 만에 브랜드 1위, 1999년 전사 기준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후 OB맥주가 2008년 OB에 대한 마케팅을 중단하고, 카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다. 2011년 점유율 1위를 완전히 탈환했다. OB맥주 점유율은 2005~2006년 수도권 60%, 전국 점유율 40%였다. 수도권에서 1위를 탈환하자, 2013년 전국 점유율 60%까지 파죽지세로 내달렸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은 출시 17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했다. 역시 수도권 점유율이 전국 점유율을 평균적으로 4~5‘%P(퍼센트포인트) 앞서며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한다.
하이트진로 테라는 출시 당시 목표였던 두 자릿수 점유율을 3개월 만에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이미 연 판매 목표의 2.5배 이상을 판매하며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과 여의도, 홍대 등 주요 지역 식당 맥주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하이트진로의 테라 점유율은 50%를 웃돌았다. 전국 점유율보다 수도권 수치가 높다는 점에서, 과거 점유율 탈환의 사례들처럼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철옹성 수비 나선 오비맥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맥주 성수기인 지난해 3분기(7~9월) 소매점 매출 자료에 따르면, 시장 전체 매출액은 8867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오비맥주가 4818억원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3분기 국내 맥주 시장의 절반이 넘는 54%를 오비맥주의 제품들이 공급했다. 2위는 하이트진로(1921억원), 3위는 하이네켄(46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는 백화점과 할인점, 편의점 등 전체 유통 채널에서도 매출액 1위를 석권했다. 채널별 매출액을 봤을 때 편의점(1813억원), 일반식품(961억원), 독립슈퍼(793억원) 순이었다.
특히 채널 중 가장 매출액이 높았던 편의점의 경우 2위(609억원)와의 격차는 3배에 달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테라뿐만 아니라 ’칭따오‘, ’하이네켄‘ 등 수입 맥주 바람도 거셌다. 그럼에도 주류 소비자 절반 이상은 매대에서 집던 대로, 마시던 맥주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신규 테라 마니아를 양성하는 하이트진로와 달리, 오비맥주는 기존 충성고객을 붙잡아 두는 데 중점을 둔다.
가격 인하도 이 같은 마케팅의 일환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맥주는 술 가격이 아닌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맥주 카스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했다. 맥주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선수를 쳤다. 당시 오비맥주는 “법 개정을 앞둔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대전(大戰)을 벌이는 사이,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는 쏟아지는 수입 맥주 사이에 토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클라우드 점유율은 2%대로 전체 시장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물을 타지 않은 올몰트 공법을 내세워 2014년 출시 이후 등락 없이 꾸준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부딪치는 경쟁 브랜드들은 카스, 테라와 같은 대형급을 제외하면 모두 해외 태생들이다. 지난해 3분기 소매점 매출액 10위권 안에 든 칭따오(중국), 하이네켄(네덜란드), 호가든·버드와이저(미국) 등이다.
이들 제품 모두 점유율 2~5%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나름의 2부리그인 셈이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오는 6월부터 주류 리베이트 금지 고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 제조사 중간 판촉비용이 절감되는 반면 신제품이 없는 기존 상위업체에 불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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