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재무 안전성, 재무구조 등을 보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대기업 오너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의사결정 등 경영을 간섭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감독이 기울어진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의사결정 구조를 일정 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가뜩이나 경영 상황이 어렵고 금융산업에 규제가 많은데 이번 규제로 큰 압박을 느끼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금융그룹의 재무적 위험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위험도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며 "삼성과 현대차, 한화, DB, 교보, 미래에셋 등 자산 5조원 이상의 6곳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융 계열사 간 위험이 옮는 것을 막고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도입됐다.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을 통해 운용돼왔고, 현재 법제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감독 대상은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금융지주는 제외된다.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곳이 현재 감독 대상 금융그룹에 속한다.
금융그룹의 규제수위가 강화되면 일례로 삼성전자 주식을 30조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금융그룹은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날 금융그룹의 재무상황과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공시도 시장과 투자자에게 접근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위험관리도 정교화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그룹 위험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급산출 방식으로 평가하고, 자본적정성 평가등급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은 집중위험이 미래에셋은 전이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로 소액주주들의 권리도 보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자 입장에 조금 더 가깝다"며 " 기업 오너들이 금융사 자금을 활용해 자사 경영권 유지를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해석했다.
이를테면 대기업 산하 보험사에서 대규모 자금을 받아와 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결국 고객 돈으로 사는 데 해당 주식으로 특정 오너의 경영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 오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의혹이 극단적인 사례다.
투자자들은 자기 돈을 특정 오너의 돈처럼 쓰느냐고 비판할 자격이 있고 정부는 기업을 견제하는 입장에서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같아지게 된다. 또한 투자자 자금을 받아서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금융그룹의 의사결정도 결과적으로는 오너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입장이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관계자는 "보험업이나 금산분리 등 여러 규제를 많이 받고 있는데 특정 업체들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면서 "선진국에서도 금산분리 의미가 별로 없다. 핀테크를 보면 산업이 금융자본과 같이 가야 역동성이 생기는 데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감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감독하겠다는 방향은 안 나온 것 같다"며 "그런 규제들이 시작되면 결국 경영 간섭이 돼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종에 따라 상이한 자금조달, 운영방식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해 규제 차익을 논하는 것은 각 업권 규제가 정책에 따라 세분화돼 있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지난 30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결산 배당으로 주당 354원의 총 2조4054억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또한 이날 미래에셋생명은 이날부터 오는 4월29일까지 자사주 500만주를 장내 매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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