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 연설자로 나선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깔끔한 영어로 전한 말이다. 이 메시지는 큰 울림을 전하며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이 되기까지 BTS가 걸어온 노력의 시간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아마 오랜 무명시절에도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의지가 지금의 BTS를 만들고, 그 모습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영국 출신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가 만든 '그린, 옐로, 핑크(Green, Yellow and Pink)'라는 작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앞은 보이지 않지만 주변을 더듬으며 보이지 않는 데뷔를 꿈꿨던 BTS의 이야기를 밀폐된 원형 공간에 ‘초록’, ‘노랑’, ‘분홍’으로 물든 짙은 안개로 표현했다. 앞 사람과 벽에 의지해 전시 공간을 한바퀴 돌아야 출구를 찾을 수 있는데, 시각은 제한되지만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다른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커넥트, BTS’ 프로젝트에서 ‘비욘드 더 신’을 연출한 강이연 디렉터는 22명의 작가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창작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강이연 디렉터의 작품은 BTS와 더 직접적으로 관련이 깊다.
강 작가는 “BTS의 팬은 아니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소년들이 메인에서 정복할 수 있는 것들이 궁금하고 애정을 갖고 보고 있어서 뭉클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고 엄청난 취재진의 열기와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느낌이 남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be your self’, ‘love your self’라는 메시지를 팬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BTS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까 런던에서 팬들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BTS의 성장 키워드는 메시지였던 것 같고 작가로서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과 맥락이 닿는 게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려웠던 점은 보안 유지였다. 오프닝 전까지 기밀이 중요했는데, 9m짜리 동일한 크기의 세트장을 짓고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의 현대무용과 교수님이 안무를 짜주셨지만 강 작가의 팀만 15명이 협업하는 상황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작가는 또 “BTS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개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서 "작업을 발전시키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거대한 대중의 아이콘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던 만큼 자칫 상업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BTS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강 작가는 "다른 작가들은 BTS와 화상 연결로 만나고 편지도 주고 받으며 소통을 하면서 개념적으로 전시까지 이어졌는데 저 같은 경우는 너무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만나서 내 작업에 영향을 받는 것이 작가로서의 해석에 있어서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적인 소통 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오픈과 동시에 티켓 사전예약이 마감됐으나 취소표가 생길 경우 추가 예약이 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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